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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꾸는 개혁, 과감한 실천만이 성공 이끈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
김진섭 지음
2020년 04월 24일(금) 00:00
지난 2014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
21대 선량들을 뽑는 선거가 끝나면서 이후 전개될 정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당선된 이들은 왜 선택을 받았을까. 그리고 낙선한 후보들은 왜 유권자들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했을까.

선거가 끝나고 전개되는 여야의 다툼은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벌이는 팽팽한 대립은, 외견상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이면에는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는 듯하다.

오늘의 시대에 다시 바라봐야 할 조선의 선각자가 있다면 삼봉 정도전이 아닐까 싶다. 개혁의 불씨를 당겼던, 시련 속에서 길을 찾았던 정도전은,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온몸으로 실천했다.

정치 혼돈의 시대에 정도전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조선 건국기 재상열전’, ‘교과서에도 안 나오는 우리 문화 이야기’ 등의 저자 김진섭 한국미디어콘텐츠학회 이사가 펴낸 ‘정도전의 시대를 읽다’는 민본주의 사상을 정치에 펼치려 했던 정도전의 이야기이다.

정도전은 성리학을 기반으로 조선의 이념적 지주를 세운 사상가이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개혁가이자 실천가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삼봉은 조선왕조에 철저하게 외면당한 비운의 인물이기도 했다.

저자는 역사의 수레바퀴는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 복잡다단한 사건들이 맞물려 움직이는 데다 중심에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는 단순한 과거형이 아니며 승자와 패자 또는 선과 악 등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역사의 결과에는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도전을 통해 여말선초라는 시대를 살펴보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적 교훈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때는 바야흐로 14세기. 고려는 도탄에 빠진 사회였다. 민생은 피폐했으며 종교는 사회 구심점을 상실한 상태였다. 더욱이 원나라 지배로 자주성마저 잃어버렸고 전쟁이 반복됐다.

그 즈음 사적인 치부를 일삼던 귀족보다 도덕적 우위를 갖춘 신흥사대부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주류에 저항하다 죽거나 정치적 입장이 달라 정적이 되기도 했다. 위화도회군을 계기로 입장이 분화됐는데, 역설적으로 이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정도전은 한마디로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에 대한 답을 저자는 이렇게 내린다. “정도전은 ‘진정한 정치인’”이라고. 즉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준 인물이 바로 정도전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권력이 부조리하게 유용되는 정치권력을 통제하는 정치제도를 만들어내는 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등 조선의 정치체제에서 유교 이외의 것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도록 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삼봉은 나라의 근간을 놓는데 있어 왕도정치와 민본주의를 기저로 문물제도를 정비했다. 조선 최고 법전인 ‘경국대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포괄적인 정치체제 연구서이자 조선왕조 최초의 법전”이다. 저자는 이 법전을 ‘중국의 사례와 고려의 경험을 조선의 현실에 맞게 정립했고,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와 운영 원리를 제시하여 정치를 중심으로 모든 사유(事由)를 구성했다’고 강조한다.

정도전은 인재발굴, 중앙과 지방의 관리 등용 등 기틀을 마련하고 사병을 혁파하는 등 군제 개혁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경제 개혁을 견인하기 위한 전제 개혁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저자의 삼봉에 대한 평가는 다음의 말로 요약된다. 그의 삶은 60년을 넘지 못했지만 600년이 지난 오늘날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세운 조선왕조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비운의 인물이지만, 어느 한 분야에도 소홀함이 없이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담은 개혁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새로운 이념과 문화에 의한 변혁을 시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주목할 만하다.” <지성사·2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