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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소통과 제21대 대한민국 국회
2020년 04월 21일(화) 00:00
[김 준 혁 한신대 평화교양학부교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됐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의지가 드러난 선거임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하여 이번 선거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이번에 새로 국회의원이 된 여야 의원 모두를 위해, 정조의 소통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 20대 국회가 ‘동물 국회’로 폄훼되는 것은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여야 간 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었겠는가? 정치를 하려면 상대방과 최소한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조는 소통의 군주로 평가받는다. 백성들과 소통하기 위해 상언(上言)과 격쟁(擊錚) 제도를 운영하고, 66회의 능행차를 통해 백성들과의 직접 만남을 추진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백성들과의 만남은 물론 정치인들과의 대화 또한 중요하다. 백성들과의 소통은 큰 방향의 정책을 만드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러한 정책을 온전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여야의 정치인들과 대화와 협상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조는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정치인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새로운 대안과 해결책을 찾았다.

10여 년 전 정조의 비밀 어찰이 발견되었다. 그 비밀 어찰은 적대적 관계에 있던 노론 벽파의 영수 심환지(沈煥之)에게 보낸 것이다. 노론 벽파는 정조의 부친인 사도세자를 죽인 세력들인데 그들과 정조가 소통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정조는 이러한 개인적인 원한을 뒤로하고 백성들을 위한 소통에 주력했다.

정조와 심환지가 소통한 주 내용은 바로 국가 정책에 대한 부분이었다. 정조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과 관련해 자신의 반대 세력인 노론의 영수에게 사전 설명을 하며 정책 수립에 동의를 구한 것이다. 또한, 노론의 요구를 받아들여 상생할 수 있게 심환지에게 의견을 구했다. 심환지는 정조의 이 같은 진정성에 감동을 받아 정조와 정책을 협의하고 자신의 세력들에게 국왕의 정책이 타당한 정책이라고 설득하기에 이른다.

정조는 심환지에게만 이렇게 한 것이 아니다. 소론의 명문가인 심노숭의 기록을 보면 정조가 소론의 영수들과 직접 소통하며 노론과 남인들과의 정치적 협의를 부탁하였다고 한다. 국왕이 이처럼 부탁을 하며 소통을 하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정조는 자신을 따르는 세력만이 아니라 자신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이들과도 소통하고 이를 통해 백성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자 하였다.

정조는 신하들과 학문적 대화도 나누었지만 몸으로 대화를 하기도 했으니, 신하들과 더불어 틈만 나면 같이 활을 쏘는 또 다른 소통법이었다. 국왕과 신하들이 모두 활을 가지고 같은 공간에서 활쏘기 시합을 하면서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건강을 이야기하고, 나랏일을 의논하였다. 활쏘기 과정에서 신하들의 성적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지에 자신이 직접 서명함으로써 신하들에게 평생의 영광을 주었다. 그리고 늘 활쏘기 때마다 잔치를 베풀고 남은 음식을 싸서 신하들의 집으로 보내 주었다. 국왕을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운 시절에 직접 활쏘기와 말타기를 통해 국왕과 함께하니 신하들은 국왕의 은혜에 감사하고 충성을 다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좋은 지도자의 리더십은 항상 타인들과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몸으로 부딪치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얻게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이번 선거의 민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난 3년간 하지 못했던 개혁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개혁에 대해 미래통합당 등 국회 내부의 반대도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밀한 소통과 화합이 진실로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들이 정조의 소통법을 배워 21대 국회에서 서로 소통함으로써 국민들을 위한 참된 정치를 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