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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인간으로 겪는 삶 이야기 ‘사유록’
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2020년 04월 17일(금) 00:00
“사람에 대해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 사람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사람이 무엇인지 말하는 장르인 소설은 소설가 자신을 피할 수 없다.”

소설가 이승우의 말이다. 그는 ‘소설을 쓰는 것은 거꾸로 하는 스트립쇼다. 알몸으로 무대에 등장했다가 한겹씩 옷을 챙겨 입는 것이 소설쓰기다. 소설가는 자기 자신을 파 먹는 존재’라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글을 인용하며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스물 셋에 등단 후 40여년간 소설 쓰기를 멈추지 않은 소설가 이승우의 작품은 일반 독자들 뿐 아니라, 동료 작가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그래서 흔히 그를 ‘소설가들의 소설가’로 부르기도 한다.

이승우(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가 펴낸 ‘소설가의 귓속말’은 언제, 어떻게 영감을 받아 글을 쓰는 지, 작가로서 지녀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인지 등 ‘소설가로서의 일’에 대한 글과 함께 한 인간으로 겪는 삶의 이야기를 담은 ‘사유록’이다. 지적인 그의 작품처럼 문학, 철학, 종교,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글들은 묵직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그는 해외문학과 당대 고전으로 남은 국내외 작가의 작품들도 조명한다. 귓속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소개하는 카프카의 ‘황제의 전갈’, 허먼 멜빌의 ‘모비딕’,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두 왕과 두 개의 미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서유미의 ‘당분간 인간’,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 등이다. 특히 ‘예수의 생애’나 ‘침묵’ 등 자주 언급되는 엔도 슈사쿠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또 자신의 등단작을 심사했고, 소설쓰기에 대한 최초의 충동을 불러일으킨 작품 ‘나무 위에서 잠자기’를 쓴 고(故) 이청준 소설가에 대한 글을 만날 수 있으며 ‘문학의 세계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늘 언급되는 번역에 대한 단상, 고향 장흥 바닷가에서 느낀 감정에 대한 글도 실렸다. 그밖에 램브란트의 자화상이나, 고흐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는 작품 ‘구두 한 켤레’ 등을 통해 소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풀어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돼 등단했으며 ‘생의 이면’ 등 대표작이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 번역 출판됐다.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은행나무·1만35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