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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름다움 조용미 지음
2020년 04월 10일(금) 00:00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의 시인 조용미가 신작 시집 ‘당신의 아름다움’을 펴냈다. 그동안 시인은 깊고 섬세한 시선으로 생의 풍경들을 응시해온 작품들을 발표했다. ‘나의 다른 이름들’ 이후 4년 만에 펴낸 이번 신작 시집은 고통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상처의 미학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닿을 수 없는 당신을 통해 삶을 느낀다. “환한 어둠”(‘어둠의 영역’) 속에서만 포착 가능한 마음의 괴로움들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고통의 순례자’를 자처한다. 그렇다면 빈번하게 등장하는 ‘당신’의 실체는 무엇일까. 아니 누구일까.

“나는 당신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천천히/ 멱목을 덮었다// 지금 내 눈앞에 아무것도 없다”(‘푸르고 창백하고 연약한’ 부분에서)

위 시의 ‘멱목’이라는 시어는 망자의 얼굴을 싸매는 헝겊을 일컫는다. “당신의 얼굴을 오래 바라”볼 수 있었던 나는 얇은 천하나로 가려진 당신을 향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한다. 당신과 내가 함께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다가온다. 또 다른 시 ‘사랑의 비유’ 가운데는 “지구의 어딘가에서/ 나였던 누가 죽어가고 있는지 물어본다/ 몸 안에서 피가 줄줄 새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의심도 없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마치 나와 “나였던” 누군가의 위치가 뒤바뀐 듯한 의미로 다가오는데, 당신은 또 다른 나를 의미하는 것 같다.

시인의 시적 성취는 고통과 정신의 길항을 미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해설을 쓴 장철환 문학평론가는 “조용미의 시는 바로 이러한 고통의 감압 과정을 그 누구보다도 정밀하게 보여준다는 데에서 빼어난 미적 성취를” 이뤘다고 평가한다.

<문학과지성사·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