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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위기, 정부·현대차·민주당이 나서야
2020년 04월 07일(화) 00:00
임 선 진 참여자치21 사무처장
한국노총 광주본부와 지역 노동계가 지난 2일, 6년여 동안 광주시와 함께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 중단과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하였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불공정하게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청년 일자리와 지역 일자리 창출 연계를 넘어서 주거·복지·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공동체 사회의 일대 전진을 이루기 위한 ‘노사 상생’ 실천 사업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1호 사업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GGM) 법인 설립 이후 핵심 가치이자 의제인 원·하청 관계 개선, 노사 책임 경영(노동 이사제) 등에 대해 현대차의 입장이 과도하게 반영되면서 ‘노사 상생’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GGM이 현대차 하청공장으로 전락할 위기를 불러 왔다.

그동안 노동계는 시에 핵심 의제 등에 대해 협의하고 논의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하였지만 시는 단 한 차례도 구체적인 논의 테이블을 마련하지 않았다. 더구나 ‘노사 상생’의 주체인 노동계와 현대차의 만남조차 아예 없었다. 현대차는 시에만 기업 입장을 전하였으며, 시는 노동계와 만나되 현대차 대변인 역할을 하느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화나 소통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시민사회가 ‘사·정(현대차·광주시)’끼리 폐쇄적으로 비밀 협상을 이어왔다는 비판을 하고, 노동계가 ‘노사 상생 발전 협정서’에 명시된 ‘노사민정의 사회적 대화와 상생 협력’과 전혀 상관없이 광주시가 먼저 협정서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기존의 노사민정 협약의 틀 안에서는 더 이상 협의가 없지만, 민노총과 시민사회 등과 함께 새로운 방안이 마련되면 참여를 고려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새로운 새판 짜기와 새로운 틀로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광주시가 노동계 요구를 경영에 반영할 수 있는 ‘노사 상생’ 시스템을 새롭게 마련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정부, 민주당이 직접 전면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희망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기업과 노동계, 지방 정부를 넘어서 대통령이 발언했던 “경제 민주주의의 불씨”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지극히 정치적 고려에서 출발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지난해 1월 31일 현대차가 광주시와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GGM 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 시와 협약서가 체결될 때까지 현대차의 협상 진행자는 정부와 국회 등 정부 기관을 상대로 역할을 하는 대관사업 사장단이었다. 정부가 현대차와 광주시 사이에 가교 역할을 주도하였고, 현대차가 참여하게 된 결정적 배경도 정부 의지였다. 현대차는 정부 의지 동참 차원으로 받아들여, 사업 취지나 핵심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며 그 실험에 기꺼이 한번 해보자는 의지를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현대차가 노동계와 만나지 않는 것도, 대화나 소통의 필요성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러한 배경으로 GGM은 사실상 현대차 생산 공장이 되고, 자칫 하청 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수주 물량 확보가 관건인 GGM이기에 시는 현대차 의중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봉착했고, 노동계와 현대차 사이의 중간자로서 능력이나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그동안 시 행보를 보면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다. 현 위기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이용섭 시장에게 있지만, 정부와 현대차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주당 역시 막중한 책임이 있다. 이해찬 대표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노동 존중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며 ‘노동존중’을 핵심 가치로 입법활동을 약속하고 경제민주화 실현 등 5대 비전을 제시했다.

GGM은 정부가 광주시민들의 일자리 창출 열망을 받들어 대기업을 끌어들여 만든 전략적 주식회사이다. 정부와 현대차, 민주당이 책임지고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책임 주체가 난제를 풀어나갈 강한 의지를 갖고 ‘노사 상생’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실천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