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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 문정희 지음
2020년 03월 20일(금) 00:00
어린 시절 시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창작하고 있는 시인이 있다. 젊은 날부터 뉴욕 등 세계를 살며 부딪치며 많은 저서를 냈다. 15종의 시집과 다수의 장시집, 눈문, 편저 등이 있다. 바로 보성 출신 문정희 시인.

문정희 시인이 산문집 ‘시의 나라에는 매혹의 불꽃들이 산다’를 펴냈다. 모어를 품고 세계와 부딪치며 문학을 살아낸 시인의 이번 산문집은 번뜩이는 여행기이자 내밀한 시작 노트다. 또한 매혹의 장소를 옮겨 적은 기록이며 거기에서 만나는 불꽃들과의 정담이다. 한편으로 그 불꽃을 오롯이 받아낸 시인의 예술적 일기이다.

“동굴은 에로스처럼 부드러웠지만 화살의 날갯짓으로 비로소 꽉 찼다. 시가 보석이건 레지탕스 혁명이건 무엇이건 간에 시라는 위험한 물결 위에서 표류한 생애가 그 순간마큼은 후회스럽지 않았다.”

프랑스 낭트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어느새 파리로 접어든다. 이어 루마니아의 옛 도시 쿠르테아테아르제슈를 거쳐 홍콩과 난징, 도쿄에 이른다. 다시 베네치아와 텔아비브, 산티아고와 킹스턴에 시인의 발길이 당도하면서 특유의 감성적이며 지적인 문장이 펼쳐진다. “베네치아에 사는 동안 내내 고향 집 감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던 열네 살 소녀를 떠올렸던 것 같다. 어린 날 아버지의 관 앞에서 울던 소녀가 아직도 멈추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내 안에 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여정을 통해 시는 곧 자신의 몸이라고 정의한다. 달리 말하면 시는 자신의 모든 인생이라 확대될 수 있다. 또한 풍경이고 생명이며 보석을 넘어 사물의 본질이기도 하다. “시는 그렇게 슬픔을 깨우며 스스로 피가 도는 생명이 아닐까.” <민음사·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