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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주목
양수덕 시인 ‘새, 블랙박스’ 내
2020년 03월 19일(목) 00:00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손이 허공으로 날아다녔다. 아무도 잡아주지 않은 차갑고 외로운 누더기와 같은 숨결로 숨을 쉬는 나그네는 검은 장미가 피었다고 하는데 소외된, 사랑이 없는…”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양수덕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새, 블랙박스’(상상인)를 펴냈다.

양 시인은 이번 작품집은 비극적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주시하는 작품들이 다수다. 그러나 그 비극은 전철희 문학평론가의 말대로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독자적 삶을 개척해나가는 인물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봄은 빛의 무서운 점층법/ 눈이 아파 짓물러/ 배경을 구기며 간다/(중략) 봄은 거짓말/ 미래의 무덤이라고 지금은 중얼거릴 때”(‘봄을 탄다’ 중에서)

‘봄을 탄다’는 암울한 현실을 빗댄 작품이다. 화자는 그저 봄날은 화사하게 치장한 빛에 지나지 않다고 본다. “봄은 거짓말 미래의 무덤”이라는 표현은 전망부재의 암울한 시간을 상징한다.

그러나 언급한대로 양 시인은 절망이나 암울한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의 시는 특정 개인의 삶보다는 그 개인들이 모인 세상을 주요 탐색의 대상으로 삼을 뿐이다.

전철희 평론가는 “비록 그는 우리가 갑갑한 세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시인이지만 이번 시집에서 펼쳐낸 상상력의 강도와 밀도를 볼 때 양수덕의 시는 날개를 단 것처럼 더욱 자유롭게 비상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평한다.

한편 양 시인은 지금까지 시집 ‘신발 신은 물고기’, ‘가벼운 집’, ‘유리 동물원’과 산문집 ‘나는 빈둥거리고 싶다’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