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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광주’
2020년 03월 19일(목) 00:00
현대 도시계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아마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일 것이다. 그는 거주·여가·노동·교통 등 네 가지 도시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방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그가 활동한 1920년대 도시는 밀집에 따른 환경의 악화, 계급·계층 간 분열, 범죄 및 질병 등으로 외곽 개발이 본격화됐던 시점이었다.

그는 주변 확장이 아니라 수직 상승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했다. 그의 철학을 담은 ‘빛나는 도시’는 1935년 출간됐다. 60층의 고층 건물, 울창한 녹지, 보행자·자전거·승용차·버스 등이 다니는 넓은 전용도로가 중심이다. 주거지역 내에는 옥상유치원·놀이터·세탁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상업지역과 지하로 연결시켰다. 도시 내에서 사람들이 충분한 공간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고층’과 ‘집약’을 선택한 것이다.

그보다 앞서 저명한 도시계획가이자 실천가인 에버니저 하워드(Ebenezer Howard)가 있었다. ‘내일의 전원도시’에서 그는 대도시에서 떨어져 전원과 도시 성격을 지닌 자족적인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도시를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인구는 3만~5만 명으로 제한하면서 외곽 녹지, 농업지대, 공업단지, 개방공간 등으로 구성된 도시를 제안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세계 도시 곳곳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워드의 제안은 신도시 개발과 그린벨트 조성의 원형이 됐고, 코르뷔지에의 이론은 도시 내 고층화와 규모화를 이끌었다. 사실 그 전제 조건으로 하워드는 토지 공유제와 자급자족을, 코르뷔지에는 대규모 공원과 일조 및 경관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도시들은 이들의 이론 중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했다.

광주시가 10년 만에 공동주택 건축 심의 기준을 정비, 획일적인 디자인과 고층·고밀의 병풍형 아파트를 지양하겠다고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과거 무분별한 고층 아파트 열풍에 대한 반성과 그 대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워드나 코르뷔지에 그 외 수많은 도시계획가들의 제안을 살펴보고 광주가 ‘빛나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좋은 방안을 내놓았으면 한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