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옥중 편지
2020년 03월 16일(월) 00:00
고통은 인간이 성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제 가운데 하나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역경을 이겨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위인들 중에는 특히 유배와 수감이라는 역경을 헤쳐 온 이들이 많다. 강제로 힘든 고립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유배와 수감은 그러나, 세상과의 절연을 통해 본래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 강진에서 ‘목민심서’ ‘흠흠심서’ 등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하고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다. 비록 유배의 몸이었지만 다산의 사유는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었다. 자식에 대한 교육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통해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폐족이다. 폐족이 글을 읽지 않고 몸을 바르게 행하지 않는다면 어찌 사람 구실을 하랴.”

80년 신군부의 법정에 의해 사형까지 언도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 속에서도 독서와 묵상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당시 깨알 같은 글씨로 쓴 편지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특히 용서와 사랑에 대한 글이 유명하다.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 줄 수 있다. 항상 인내하고, 우리가 우리의 적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자.”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공개됐다. 국정 농단으로 탄핵을 당하고 수감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진심 어린 사죄를 한 적이 없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온 나라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 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며 사실상 총선 개입 의도를 비쳤다.

유배와 감옥은 일신의 자유를 억압하지만 한편으로 성장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다산은 유배지의 방을 사의재(四宜齋)라 명하고 ‘생각은 맑게, 용모는 단정하게, 말은 과묵하게, 행동은 진중하게’를 생활신조로 삼아 정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련 속에서도 늘 ‘행동하는 양심’을 지향했다. 그러나 한때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근혜는 여전히 ‘마음의 감옥’에 갇혀 있는 듯하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