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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건축공법으로 ‘둥지’ 짓는 새들의 이야기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새는 건축가다
차이진원 지음, 박소정 옮김
2020년 03월 13일(금) 00:00
큰오색딱딱리가 만든 둥우리.
재봉새가 부리로 잎을 궤매 둥우리를 만드는 모습
대자연의 가장 위대한 건축가는 누구일까? 저마다 관점에 따라 다른 답을 할 수 있다.

타이완 출신으로 국립 타이완대학교 삼림연구소에서 야생동물 생태학을 공부했던 차이진원은 ‘새’라고 답한다. 새는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저마다 신비로운 ‘집’을 짓기 때문이다.

차이진원이 이번에 펴낸 ‘새는 건축가’는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다. 새들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특유의 맛깔스러운 글과 섬세한 그림으로 엮였다. 생태화가이기도 한 저자의 손끝에서 빚어진 새들의 생태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국립 타이완대 삼림환경 및 자원학과 위안샤오웨이 교수는 추천사에서 “다른 화가의 작품과는 다르게 진원의 그림에는 과학적 전문성이 담겨 있고, 자연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력이 돋보이며 예술적인 내공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류는 전 세계적으로 9000여 종에 이른다. 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둥지를 만드는데, 자연의 변화를 기록하는 ‘대자연의 일기장’과도 같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깨어나는 계절인 봄은 새들에게 번식철이기도 하다.

둥지는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셈이다. 알을 한데 모아주는 역할은 물론 부화를 돕기도 한다. 갓 깨어난 새끼들을 다른 약탈자들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도 담당한다.

새 둥우리하면 일반적으로 나뭇가지로 만든 접시 모양을 떠올린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둥우리는 각양각색이다. 새들의 둥지 짓기를 설명하기 위해 재봉사, 편직 장인, 미장이, 동굴 파기 전문가, 짐꾼 등과 같은 직업의 특성이 동원된다.

그렇다면 새들의 건축 능력은 무엇으로부터 연유할까. 저자는 과학자들의 연구 방식, 일테면 공룡 둥우리와 알 화석을 통해 조류의 집짓기 과정을 탐색한다.

“조류의 둥우리 건축 본능은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공룡의 번식 계통은 파충류와 조류의 딱 중간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룡은 한 번에 알을 두 개 낳고(파충류는 한 번에 모든 알을 낳고, 조류는 한 번에 하나씩 알을 낳는다) 얕은 구덩이에 알을 수직으로 세워 배열했는데, 이 구덩이가 바로 둥우리의 원시 형태다.”

책에는 특이한 스타일의 둥지가 등장한다. 인간의 주거지마다 다른 주택, 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는 것과 같다.

재봉새는 ‘바느질에 능한 재봉사’다. 바늘과 실을 이용한 재봉술로 집을 만든다. 암컷 재봉새는 짝짓기를 한 후 둥우리 짓는 작업을 도맡는다.

“구부러진 뾰족한 부리를 바늘 삼아 잎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는다. 구해온 식물섬유와 거미줄을 구멍 사이로 통과시킨 뒤, 실 끝부분을 공 모양으로 처리한다. 구멍 하나하나마다 심혈을 기울여 잎을 주머니 모양으로 꿰매고 그 안에 가느다란 풀과 솜털을 채워 넣는다.”

제비는 ‘콘크리트’를 잘 활용하는 미장이다. 암컷과 수컷이 함께 집을 짓는데 건설 현장이나 논밭 등지에서 진흙을 구한다. 전체 구조는 진흙으로 구성되며 사이사이마다 “가는 풀대와 풀잎이 침과 섞여” 있다.

딱따구리와 오색조, 물총새는 ‘동굴 파기 전문가’다. 구멍에 둥우리를 짓는 조류를 ‘동소조’(洞巢鳥)라고 한다. 구멍 둥지는 비바람을 막는데 최적인데다 포식자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다. 저자는 “동소조는 수직면에 위치한 구멍을 붙잡기 수월하도록 강하고 튼튼한 발톱이 있어야 한다”며 “나무줄기 위를 잘 걷는 딱따구리나 동고비가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이밖에 책에는 조류의 특이한 행동양식과 이색적인 ‘건축 방식’이 소개돼 있다. 새와 둥우리, 알과 둥우리, 부화와 둥우리 등 조류의 일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공간인 둥우리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책을 잃다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새 둥우리는 대자연의 일기장이다. 따라서 새 둥우리를 이해하면서 인류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셈이다.”

<현대지성·1만7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