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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를 보다
2020년 03월 10일(화) 00:00
뒤안의 고매(古梅)에 붉은 꽃망울이 점점이 맺혀 있다. 집을 에워싼 대숲은 꽃과 대조적으로 초록 빛깔이다. 마당에 선 소년은 대나무를 쪼개 만든 홈통을 타고 바위로 떨어지는 물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맑은 물소리, 바람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목운(木雲) 오견규(74) 화백의 수묵담채화 ‘개울물 소리를 듣다’라는 그림 속 풍경이다.

작가는 화제(畵題)로 쓴 ‘연통분간성’(連筒分澗聲)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대나무를 쪼갠 뒤 통을 연결해서 산골 물소리를 나눈다는 말이에요. 집 뒤로 산골 물이 흘러요. (대나무로 연결해서) 자기 집 마당에서도 그 소리를 듣는 거지요. 이거는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는 말이에요. 결론적으로 작가의 욕망이고 내면의 세계입니다.”

퇴계 이황(1501~1570)은 유독 매화를 사랑했다. 평생 남긴 매화 시가 107수에 달한다. 그는 밤늦도록 매화나무 가지 끝에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본 후 넘치는 정감을 시로 읊었다.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완전히 일어나길 잊었는데(夜沈坐久渾忘起)/ 향기는 옷에 가득하고 꽃 그림자는 몸에 가득하네.(香滿衣巾影滿身)”(‘도산의 달밤에 매화를 읊다’)

한국화가 문봉선(59) 작가는 달이 뜬 밤의 매화를 흑백의 수묵화로 보여 준다. 묵의 짙고 옅음만으로 겨울을 이겨 내고 꽃을 피워 낸 고매의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매화 뒤편에 떠 있는 둥근 달은 묵향에 고요함을 더해 준다.

‘코로나 19’가 아무리 극성을 부려도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마침 매화를 주제로 한 두 곳의 전시회가 발길을 이끈다. 목운 오견규전(3월 11일까지)은 ‘죽청매수(竹淸梅瘦)-대숲 맑고 매화 야위다’를 제목으로 광주시 동구 예술의 거리 무등갤러리에서, 문봉선 작가전(4월 30일까지)은 ‘소영암향(疎影暗香)-달빛 아래 매화 향기’를 제목으로 서구 무각사 내 로터스 갤러리에서 각각 열리고 있다. 같은 매화를 소재로 했지만 표현 기법이 달라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안겨 준다. ‘코로나 19’의 확산을 우려해 모두들 마스크로 꽁꽁 무장한 요즘, 가까운 갤러리에서 매화를 보며 잠시라도 마음에 ‘쉼표’를 찍으면 어떨까 싶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