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SNS 폭력’…유튜브가 만들고 미디어·정치인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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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SNS 폭력’…유튜브가 만들고 미디어·정치인이 확산
(9) 독버섯 처럼 번지는 5·18 왜곡 가짜뉴스
2003~2019년 유튜브 모니터링
200건 중 98건 지난해 집중
방통위 삭제 결정도 소용 없어
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
2020년 03월 03일(화) 00:00
1980년 5월 24일 시민군이 전남도청 앞에서 전경들의 방석모를 쓰고 차량에 탑승한 채 출동을 대기하고 있다. 보수 인사 지만원씨는 사진의 왼쪽인물을 특수 임무를 띤 북한군으로 지목, ‘제1광수’(광주 북한특수군)라는 명칭을 붙여 5·18왜곡 보도에 활용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습니다.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도대체 누가 어떤 논리로 왜곡을 할지…제 두 눈과 두 귀로 확인을 해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임에 있어 성인인 저도 여러 차례 보니 ‘진짜인가’ 하는 혼란을 주는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유튜브에 떠도는 5·18 가짜뉴스 모니터링에 참여해 가짜뉴스 동영상을 확인한 이들의 말이다.

이처럼 5·18민주화운동 왜곡·폄훼·가짜뉴스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활개를 치고 있고, 40주년을 맞는 올해에도 여전하다.

특히 SNS와 개인 유튜브 방송들의 대중화로 인해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가짜뉴스는 지속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5·18은 어느 정도 명예회복이 이뤄졌다. 또 수많은 가짜뉴스에 대한 진실들이 밝혀졌지만 아직도 1980년 오월을 잘못된 사실과 거짓으로 얼룩지우는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 인사 지만원씨를 초청해 공청회를 열고 “80년 광주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발언했고, 같은 당 김순례 의원도 “조금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하는 등 국회의원들이 가짜뉴스의 확산에 앞장서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오월 영령을 모독하는 ‘가짜뉴스’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월당사자들은 또다시 더 큰 고통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5·18 역사왜곡처벌광주운동본부, 5·18기념재단, 서울 민주언론시민연합,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5·18민주화운동 관련 왜곡 언론·방송 및 유튜브 모니터링 작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실시된 모니터링의 결과 발표보고회에서는 5·18민주화 운동 신문·방송 및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월별(3~9월)·주제별(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5·18 망언, 5·18진상조사위 구성,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 모니터링 결과와 2019년 유튜브 5·18가짜뉴스 모니터링 현황·분석 결과 등이 발표됐는데, 특히 유튜브의 역사 왜곡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유공자 유족들의 국가고시 가산점 10%’, ‘5·18유공자 가족은 가산점이 있어 공무원 취업 기회를 싹쓸이하고 있다’, ‘5·18때 계엄군이 아니라 시민군이 민간여성을 집단 성폭행했다’, ‘5·18 때 광주에 투입돼 살아남은 북한군 32명이 6월15일 공화국영웅 훈장을 받았다’, ‘헬기사격은 없었고,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 등의 허위 사실을 담은 가짜 뉴스들이 마치 사실인양 뉴스형태로 퍼지고 있었다.

유튜브 5·18 왜곡 모니터링 분석에 따르면 2003~2019년까지 총 200건이 적발됐으며, 대표적인 채널은 ‘Sesame Tube 참깨방송’(50건·25%), ‘지만원 TV’(31건·16.5%), ‘조갑제TV’(33건·15.5%), ‘뉴스타운TV’(18건·9%) 등 이었다.

5ㆍ18을 왜곡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 <유튜브 영상 캡쳐>
유튜브 영상 업로드 시기별 현황은 2008년 1건, 2010년 1건, 2012년 3건, 2013년 19건, 2015년 31건으로 증가 추세였다가 2016년 8건으로 다소 주춤했다.

이후 2017년 20건으로 다시 늘고 2018년 19건 수준을 보이다가 2019년에만 49%인 98건이 제작·업로드됐다. 이는 지난 2003년 조사 이후 가장 많이 제작된 것이고, 지난해 초 일부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는 게 조사기관의 설명이다.

왜곡 유튜브들은 조회수도 적게는 1000건에서 많게는 100만여 건을 기록했다. 특히 100만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는 뉴스타운TV의 ‘5·18은 폭동이었다! 전남도청 근무 공무원 육성 증언’과 프리덤뉴스의 ‘5·18 북한군이 전남도청 지하에서 지휘했다’ 등 2건으로, 5·18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5·18을 왜곡 폄훼하는 가짜뉴스 동영상을 삭제·차단 결정을 내려도 소용이 없는 실정이다.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은 해외 사업자라는 이유로 규제를 강제할 수 없어서 구글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 측은 악의적인 영상에 대해 본사의 지침을 지키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어, 5·18 역사에 대한 비방과 왜곡에 대해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5·18 왜곡 방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그나마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무작정 확산되는 것이 법적으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지만원씨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3일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북한군이라고 왜곡한 혐의(정보통신만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법원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지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5·18 민주항쟁 당시 촬영된 사진에 나온 시민을 ‘광수(광주 북한특수군)’라 지칭하며 비방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지씨에 대해 “5·18 당시 촬영된 사진 속 인물들의 행위 자체가 5·18 운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성을 띄고 있고 피해자들이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며 “피고인은 사진 속 인물이 북한군 고위직의 얼굴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주장하지만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피고인의 주장은) 5·18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폄하하는 것으로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령인 데다 증거 인멸 혹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5·18 단체들은 즉각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5·18부상자회 김후식 전 회장은 “지 씨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바람으로 4년 동안 재판을 진행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을 넘어 분노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5·18 구속부상자회 문흥식 회장 역시 “지 씨를 유죄라고 인정하면서도 법정구속을 시키지 않은 판결로 그 의미가 퇴색됐다”고 강조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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