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택이네처럼 피자도 사치?…저소득층 25만명 힘겨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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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택이네처럼 피자도 사치?…저소득층 25만명 힘겨운 삶
영화 ‘기생충’으로 다시 들여다 본 광주·전남 극빈층과 빈부 격차 실태
2020년 02월 14일(금) 00:00
영화 기생충은 상류층과 극빈층의 삶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며 현대사회의 빈부격차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영화 속 이야기는 ‘웃기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우리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고착화되지 않도록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영화 속 기택이네 같은 극빈층, 얼마나

기초수급자 광주 7만 6193명·전남 8만 7003명 팍팍한 살이

곰팡이가 낀 식빵을 먹고 있는 기택이 .
영화 속 기택이네는 볕이 거의 들지 않는 반지하층에서 사는 최하층으로 분류된다. 영화 속 기택이네 아들 기우(최우식)는 5수생, 여동생 기정(박소담), 아버지 기택(송강호)과 엄마 충숙(장혜진)등 모든 가족이 무직자다. 기택은 운전기사, 대왕카스테라 등 안 해본 게 없지만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고, 직장에선 오래가지 못했다. 누구하나 제대로 벌이를 하지 못한다.

이들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 지원할 경우 한달에 최소 140여만원을 받는다. 올해 정부는 4인가족 기준으로 생계급여로 142만4752만원을 지원한다. 140여만원으로는 임대료나 통신요금, 가스요금, 전기·수도요금 등을 제하면 기우 대학 입학을 위한 학원비를 대기가 쉽지 않다. 피자 회식은 언감 생심이다.

광주·전남에도 이같은 극빈층이 적지 않다.

소득 수준만 놓고 보면 정부가 생계급여를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광주는 7만 6193명(5만 323가구), 전남 8만 7003명(6만 4855가구) 등 16만 3196명(11만 5178가구)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바로 위 ‘계층’인 차상위층도 저소득자로 분류할 경우 광주에는 4만 340명(2만 4449가구), 전남에는 5만 2233명(3만 6397가구)이 이 기준에 포함된다.

결국 광주·전남에는 25만 5669명(17만 6024가구)의 저소득층이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피자 상자 조립 아르바이트 하면 얼마나 버나

전단지 배포 장당 30~40원…4시간 오르락내리락 해야 1000장

거실에서 피자박스를 접고 있는 기택 가족.




영화 속 기택이네 가족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네 식구가 나란히 앉아 피자 박스를 접는다.

기택이네 가족은 피자박스를 접어 ‘핸드폰 재개통비’를 낸다. 영화에서처럼 광주에서 피자 상자 조립 아르바이트는 없다. 따로 상자 조립만 맡기고 돈을 줄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는 게 대부분 피자가게 설명이다. 배달 아르바이트 직원이 배달도 하고 상자도 접고 손님 접대도 하는 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피자 상자 조립과 비슷한 아르바이트로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가 꼽힌다. 아침부터 아파트 층층을 오르내리며 전단지를 붙이고 돈을 받는 직업으로, 장당 30~40원을 받는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동주택은 장당 30원, 출입에 제한을 두는 아파트 단지는 40원이다. 1000장(4만원)을 기준으로 일당을 지급하는데 통상 4시간 이상 오르락내리락해야 1000장을 붙일 수 있다.

기택이네 가족이 영화 속에서 문광(이정은)을 해고시키고 충숙이 대신한 가사도우미의 경우 39평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4시간에 4만5000원 가량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급으로는 대략 1만 1250원 정도다.

광주YWCA는 지난 1984년부터 가사도우미로 일하기를 희망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가사도우미 기본교육을 실시하고 각 가정과 연계해주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300여명이 가사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과외 교습비로 저렇게 많이 받아?

광주·전남 7009명 과외강사 신고 영화처럼 100만원 받으면 불법



영화 속 기우와 기정은 박사장(이선균) 집에 나란히 과외교사로 일하며 몇 백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현행법인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은 개인 과외교습을 하려는 자의 경주소지 관할 교육감에게 교습자의 인적 사항·교습과목·교습장소 및 교습비등을 신고해야 한다. 대학(대학원) 및 이에 준하는 학교에 재적 중인 학생은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생이 아닌 만큼 신고 뒤 과외를 해야 한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광주 3709명, 전남 3300명의 과외강사가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 세금 노출을 피해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하는 과외교사가 적지 않은데다, 미신고 대상인 대학생들의 과외교습도 많아 실제 강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외비도 광주시교육청 기준대로라면 시간당 2만원, 월 50만을 넘길 수 없다. 영화 속 기우는 교습비로 100만원이 넘게 받는 것은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일부 극소수 과외강사들의 경우 입주 과외 형태로 일주일에 2시간 정도 가르치면서 200만 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는 귀뜸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의 ‘2018년 신고분근로소득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 광주지역 20~29세 1인 평균 연간 소득은 1827만 2964원.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중 최하위다.



◇돈 없어 ‘와이파이’ 훔쳐쓰기, 영화에만 있을까

통신비 내기 힘든 초중고생 1만 5282명 월 1만9250원 지원

기우와 기정이 와이파이를 찾아 헤메는 장면.
영화 속 기택의 아들 기우는 지상층에 사는 ‘윗집’ 아줌마가 공유기에 암호를 건 사실을 확인하고 “공짜 와이파이 못쓴다”고 탄식을 내뱉었다. 기우와 여동생 기정은 화장실 바닥보다 높게 설치된 양변기 옆에 올라가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 와이파이를 훔쳐쓴다.

한 달 140여만원의 생활비로 먹고 살기도 빠듯한 이들 가족에겐 5만5000원짜리 ‘5G’데이터를 쓰기란 불가능하다.

광주·전남에도 형편이 어려워 통신비를 내기 어려운 학생들이 적지 않다.

당장,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외에도 초·중·고등학생들 1만5282명(광주 9000명, 전남 6258명) 은 통신비를 내기 힘든 저소득층으로 교육청의 통신비 지원을 받고 있다.

교육청은 이들 학생들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월 1만9250원의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도 이동통신요금 감면서비스로 월 최대 3만3500원의 통신비를 지원받는다.



◇기택네처럼 장마철이면 침수걱정하는 곳도

저지대 상습침수 102곳…광주 남구 2년전 영화처럼 물난리

영화 속에 기택네 가족이 사는 반지하는 집중호우로 침수되면서 온갖 오물이 역류한다. 대저택에 사는 박사장네가 캠핑에서 돌아와 ‘짜파구리’를 먹으려고 할 때 이들은 가재도구를 나르며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광주·전남에도 매년 장마철이면 상습 침수를 걱정하는 곳이 102곳이나 된다.

이른바 침수우려지역으로 광주 10곳 전남 92곳이다. 광주에서는 서구 4곳, 남구 2곳, 북구 2곳, 광산구 2곳 등이다.

‘반지하’는 아니지만 저지대에 살고 있어 기택네처럼 침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광주시 남구에서는 2년 전인 2018년 8월 영화 처럼 큰 물난리가 났다.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남구 주월동과 백운고가 일대 등에 있던 주택 20여곳과 상가 100여곳, 차량이 물에 잠겼다.

광주시는 오는 5월까지 빗물 처리용량을 늘리는 공사를 진행중이라 남구 일대 침수 피해 예방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영·정병호·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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