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없는 조규철 작가를 추억하며
[광주 양림미술관 ‘기억의 의무’전]
지난해 12월 작고한 조규철 작가와
30년 인연 김진남·조용 작가 3인전
지난해 12월 작고한 조규철 작가와
30년 인연 김진남·조용 작가 3인전
![]() 조규철 작가 |
아끼는 후배들과의 전시회 현장에 그는 함께 하지 못했다. ‘기억의 의무’전이 열린 광주 양림미술관(광주시 남구 제중로 70)에서는 작품들이 그를 대신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1일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규철(1966~2019)작가는 그렇게 ‘작품으로만 ’관람객들을 만났다.
5일 개막해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조 작가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3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김진남, 조용 작가가 함께 마련한 ‘우리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삼인전’이다. 전시 제목 ‘기억의 의무’는 프랑스 속담에서 따왔고, 조 작가와의 인연을 기억하고 그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마련된 기획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파리 8대학 조형예술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파리에서 활동하던 조 작가는 지난 2010년 15년간의 파리 생활을 마무리하고 광주로 돌아와 작업을 이어갔다. 전남대 등 대학과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 그는 광주아트페어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주인공이 없어’ 아쉬운 자리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오전부터 하나둘 모여들었다. 전시장에서는 위암 판정을 받은 이후인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작업한 작업물을 중심으로, 귀국 후 그리기 시작한 ‘On the road’시리즈들을 만날 수 있다. 풍경 위주의 작품들은 다양한 초록빛을 주조로 생동감있고 강렬한 붓터치가 인상적이다. 최후에 천착한 100호 대작 ‘무릉도원’ 시리즈는 그의 마지막 열정이 담긴 작품들이다.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의 작품은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산세를 보여준다.
또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의 모습 등을 아스라히 묘사한 초창기 작품들은 ‘길 위의 인생’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후 남편이 집중하기 시작한 게 ‘On the road’시리즈들이었어요. 남편은 프랑스에서도, 광주에서도 주류가 되지 못하고 늘 ‘이방인같은 느낌’을 받았던 듯해요. 늘 길 위에 서 있는 느낌,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듯합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아내 이수정씨는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리로 갔지만, 15년 머무는 동안 7년 정도는 직장 생활을 하는 생활인의 역할도 해야해서 남편은 늘 작업에 목말라하고 그림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진남 작가는 조 작가와 전남고 1년 선후배 사이다. 고등학교 때 함께 미술부에서 활동했고 당시 자취방이 조 작가의 집과 가까워 신세를 많이졌었다. 또 홍익대 회화과 재학시절에도 조 작가의 작업실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조선대에서 수학한 조용 작가는 금호고 출신으로 미술학원에 다니며 김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조 작가가 파리에서 광주로 돌아온 후 조용 작가와 친해졌고, 30여년만에 김작가가 귀향하면서 세 사람의 만남이 지속됐다.
“우리 셋이 전시회 한번 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기는 했지만 유야무야됐었다. 그러다 지난해 양림미술관 공모전에 선정되면서 현실화가 됐다. 이미 조 작가가가 발병한 후라 전시 개최까지는 ‘시간싸움’이 됐고, 결국 조 작가는 전시회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위암 선고를 받은 후 형은 집중적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아프다는 걸 알고, 작업에 더 매진했던 것아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늘 염두에 두었겠죠. 놀라운 집중력과 의지를 가지고 작업했죠.”
김 작가가 기억하는 ‘규철형’은 “인간적이고, 남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다. “형, 고마웠어요”라는 말을 전하는 그의 눈가가 불그레해졌다.
조 작가가 활동했던 그룹 소나무전(2월28일~3월22일 드영미술관)에서도 그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대표작을 따로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김진남 작가는 물의 반영과 투영효과를 이용해 ‘미래형 인간’을 제시하는 감각적인 인물화를 선보인다. 식물, 조명과의 관계를 설정해가면서 미묘한 인간 심리를 반영하는 작업들이다. 영화, 드라마 등 문화예술 컨텐츠 제작자로도 활동중인 조 용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버려진 변기 뚜껑과 고장난 시계 등을 오브제로 활용해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5일 개막해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조 작가와 고등학교 시절부터 3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김진남, 조용 작가가 함께 마련한 ‘우리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삼인전’이다. 전시 제목 ‘기억의 의무’는 프랑스 속담에서 따왔고, 조 작가와의 인연을 기억하고 그와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마련된 기획이다.
또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의 모습 등을 아스라히 묘사한 초창기 작품들은 ‘길 위의 인생’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온 후 남편이 집중하기 시작한 게 ‘On the road’시리즈들이었어요. 남편은 프랑스에서도, 광주에서도 주류가 되지 못하고 늘 ‘이방인같은 느낌’을 받았던 듯해요. 늘 길 위에 서 있는 느낌,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듯합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아내 이수정씨는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리로 갔지만, 15년 머무는 동안 7년 정도는 직장 생활을 하는 생활인의 역할도 해야해서 남편은 늘 작업에 목말라하고 그림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 조규철·김진남·조용 3인전 ‘기억의 의무’가 16일까지 광주 양림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조규철 작가의 대표작 ‘무릉도원’ 앞에서 포즈를 취한 후배 김진남 작가. |
“우리 셋이 전시회 한번 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기는 했지만 유야무야됐었다. 그러다 지난해 양림미술관 공모전에 선정되면서 현실화가 됐다. 이미 조 작가가가 발병한 후라 전시 개최까지는 ‘시간싸움’이 됐고, 결국 조 작가는 전시회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위암 선고를 받은 후 형은 집중적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아프다는 걸 알고, 작업에 더 매진했던 것아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늘 염두에 두었겠죠. 놀라운 집중력과 의지를 가지고 작업했죠.”
![]() 조용 작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조 작가가 활동했던 그룹 소나무전(2월28일~3월22일 드영미술관)에서도 그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대표작을 따로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김진남 작가는 물의 반영과 투영효과를 이용해 ‘미래형 인간’을 제시하는 감각적인 인물화를 선보인다. 식물, 조명과의 관계를 설정해가면서 미묘한 인간 심리를 반영하는 작업들이다. 영화, 드라마 등 문화예술 컨텐츠 제작자로도 활동중인 조 용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버려진 변기 뚜껑과 고장난 시계 등을 오브제로 활용해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