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일생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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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생으로 살자
양 홍 시인·목사
2020년 01월 29일(수) 00:00
“잘난 사람도 / 못난 사람도 / 모두 행복을 비는데 꼭 행복할 것만 같은 / 새해 첫 날이다. // 이런 날을 위해 / 문을 동서남북으로 트이고 / 길은 종과 횡으로 통한다. // 못 다한 사랑이며, 보람 없이 어제와 또 / 그 어제를 산 / 너와 날 위해 / 천년 같은 새 날이 밝는다.”

이것은 나의 신년 시다. 하루를 천년같이 살려는 나에게 동서남북으로 문이 열리고 길이 트이며, 사랑과 보람으로 채워질 것을 바라는 나의 기도이기도 하다. 하루를 일생으로 살자. 내일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오늘을 후회 없이 살면 내일이 없어도 상관없다. 내일이 또 주어지면 그것은 또 다른 은혜일 뿐이다. 나는 하루를 일생으로 사는 삶을 점으로 사는 일생이라고 한다.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듯, 하루하루의 점이 연결되어 생을 이룬다.

그 많은 시간 가운데서 한 점을 택하여 그 전을 묵은 해라 하고 그 후를 새해라 한다. 그래서 일 년에 한번씩 송구영신의 뜻깊은 순간을 사람들로 하여금 갖게 한 것은 분명히 인류의 귀중한 정신적 유산 중 유산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나는 동창의 커튼을 젖히고 밝아 오는 2020년의 새 아침을 맞으며 성경 한 구절의 교훈을 마음에 새긴다.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라” (창 13:14~15)

이 말씀의 배경은 야훼(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찾아와 격려하시고 비전을 보여주신 말씀으로 “동서남북을 보라” “땅을 종과 횡으로 행하여 보라” “너와 네 자손에게 영원히 주리라” “네 자손을 땅의 티끌같이 하리라” 참으로 크고도 넘치는 축복을 주셨던 것이다. 어느 한 쪽만 바라볼 때에는 그곳이 목축지로서는 적합하지 않게 보였다. 그러나 동서남북으로 넓게 바라볼 때에는 더 좋은 목축지를 찾아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종과 횡으로 행하여 보라” 다시 말하면 구하고 찾아보라는 것이다. 야훼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므로 약속한 땅은 후손의 영원한 복지가 됐고 자손은 모래와 같이 별과 같이 번성하게 되었다.그러므로 아브라함은 만민의 복의 근원이 됐다.

실로 사람은 조상다운 믿음, 선구자다운 비전, 개척자다운 희생, 어른다운 양보, 선배다운 아량. 귀중한 본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 아름답고 위대한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참 가치 있는 것을 위해 무가치한 것을 버릴 수 있다. 큰 것을 위해 적은 것을 양보할 수 있고 정신적인 것을 위해 물질적인 것을 희생할 수 있으며 영원한 것을 위해 시간적인 것을 떠날 수 있다.

롱펠로는 ‘인생 찬가’라는 시에서 “말 못하는 짐승이 되지 말고 싸움에 이기는 영웅이 되자. 우리도 장엄한 삶을 이을 수 있고 떠날 때에는 시간의 모래 위에다 우리들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음을…”이라고 노래했다.

종교개혁자 루터는 제자들이 “선생님, 내일 죽는다면 오늘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하루라는 점이지만 그 하루는 미래와 연결되는 것이어야 한다.

“아버지가 심은 것은 내가 먹고, 내가 심은 것은 아들이 먹는다”는 탈무드의 교훈같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 점에서 회우(會遇)되는 점이야 말로 천년같이 소중한 날이 되는 것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나머지 단추도 잘못 끼워진다. 그와 같이 첫 날, 첫 달이 잘못되면 잘못된 날이 계속되고 시작이 잘되면 잘되는 날이 계속될 것이다. 하루하루는 소중한 것, 더욱 새해 첫 날, 첫 달은 더욱 소중한 것, 천년같이 새해를 맞은 우리나라와 민족이 축복으로 채워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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