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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초대석] 함인선 광주광역시 초대 총괄 건축가
“광주 대표도서관, 보석같은 ‘도시적 장치’ 만들어야죠”
광주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가치 담아 추진
설계 공모 국내외 61개국 817개 팀 최종 등록
2월초 심사 거쳐 14일 당선작 발표 예정
도시는 유기체…공공건축물 같은 장치 필요
고층아파트 시민 합의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행정 요구 맞추면서 건축디자인 개발 중점
2020년 01월 28일(화) 00:00
‘아파트 숲’으로 변해가는 광주의 도시경관과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광주다운’ 도시를 구상하는 함인선 광주광역시 초대 총괄 건축가의 눈길은 광주의 미래로 향한다. 상무소각장에 들어서는 ‘광주 대표도서관’ 국제 설계공모로 분주한 그를 만나 도시철학과 건축인생에 대해 들었다.

◇광주대표도서관 국제설계 817개팀 등록=“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광주가 계획한 이정표적인 과업이다. ‘개발’에서 ‘재생’으로, ‘장치’에서 ‘지식’으로, ‘효율과 행정우선’에서 ‘문화와 참여우선’으로 등 광주가 추구하는 여러 미래지향적 가치적 담긴 프로젝트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서구 치평동 ‘개발시대 건설된 인프라인 쓰레기 소각장 터’에 광주 대표도서관(City Main Library Gwangju)을 건립하기 위한 국제 건축설계 공모를 시작했다. 이때 제시된 6대 ‘계획 요구사항’(설계지침) 가운데 첫 번째 주제가 ‘광주의 새로운 이정표’였다.

함인선(61) 광주광역시 초대 총괄건축가(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는 요즘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모위원장을 맡아 추진한 광주대표도서관 국제설계 공모가 전례없는 관심을 끌면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참가등록 접수를 마감한 결과 공모 홈페이지(gjlibrary-compe.org)를 통해 국내 193개 팀을 포함해 61개국 817개 팀이 최종 등록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진행된 국제 설계공모에 많은 참가자가 몰린 경우는 2003년 ‘백남준 아트센터’ 공모전(940여 개 팀 접수) 이후 처음이다.

“현상 설계공모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려면 두 가지가 있어야 됩니다. 우선 심사위원을 보고 들어와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사람인가, 정말 공정하게 내 작품을 뽑아줄 수 있을까’, 두 번째는 ‘만일 이 프로젝트에 내가 당선되면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는가’입니다. 그러려면 프로젝트가 굉장히 도전적인 문제를 줘야 되겠죠. 제가 공모지침서에 요구한 것은 ‘이 시대의 도서관 전형(典型)을 제시하라’였고, 저명한 외국 심사위원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해외 2명과 국내 5명 등 7명을 위촉했다. 해외 건축가는 미국 토마스 보니에르 세계건축가연맹(UIA) 회장과 노르웨이 로버트 그린우드(스노헤타 사무소 대표건축가)를 초빙했다. 또 국내 심사위원은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민현식 (주)건축사사무소 기오헌(寄傲軒) 대표, 오세규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최경양 한샘건축사사무소 대표,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이다.

앞으로 광주 대표도서관 공모일정은 오는 2월 7일(오후 5시)까지 작품을 접수하고, 2월 9~10일 기술심사와 12일 본 심사를 거쳐 2월 14일에 최종 당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1등 당선자에게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설계비 17억3000만원)이 주어진다. 대표도서관은 소각장내 대지면적 1만200㎡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를 하고, 그대로 잘 완성돼서 그 건축물만 보기 위해서라도 광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보람을 느낄 것 같아요. 광주 대표도서관을 시작으로 광주에 세계적인 건축물 대여섯 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축물은 크기와 상관없이 ‘명품’이 되기만 하면 사람들이 순례를 하러 오죠. 광주 대표도서관이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도시건축의 패러다임’에 대해 강연하는 함인선 광주시 총괄 건축가. <광주시 제공>
◇시민적 합의 거쳐 고층아파트 가이드라인 만들어야=총괄 건축가는 ‘건축기본법’에 근거해 건축·도시공간 정책과 전략에 대한 자문을 하고, 주요 공공건축과 도시공간 환경조성사업에 대한 총괄조정을 맡는 민간 전문가다. 광주는 서울과 부산에 이어 3번째로 ‘총괄 건축가’(임기 2년)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함 총괄건축가는 지난해 4월 임명 이후 9개월여 동안 광주대표도서관 건립사업을 비롯해 ▲충효동 ‘원효사 상가’ 이주단지 생태문화마을 조성 ▲옛 인화학교 부지 ‘장애인 수련시설’ 건립 ▲무등 경기장 국민체육센터 신축 등 6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매주 화요일 아침에 서울에서 KTX편으로 내려와 이틀간 광주시청사 13층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프로젝트 현장을 찾는다.

“제가 주도해서 어떤 미래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일단은 주요 사업에 대한 자문입니다. 행정시스템에서는 효율성, 경제성 위주로 선정하려는 관성이 있기 때문에, 행정요구도 맞추면서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프로세스(process) 관리체제를 만드는 것을 제일 우선적으로 했습니다.”

광주시는 지난해 7월 제1기 공공건축가 24명을 위촉했다. 이들은 총괄건축가와 협력해 당초 계획대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참여해 자문 역할을 맡는다.

인구 145만여 명의 광주 도시 경관이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재개발에 따라 시내 곳곳에 고층 단지형 아파트군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며 회색도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통계(2019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광주의 아파트 비율은 79%로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을 하면서도 공간적으로 ‘광주다움’을 잃지 않는 도시개발 철학이 절실하다. 이러한 ‘아파트 도시’ 광주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시민적 합의를 거쳐 광주가 지켜야할 ‘가치’를 반영해 ‘광주 도시건축헌장’과 같은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입니다. 건축법에서는 ‘이거 이상은 넘지마라’ 최고 한도만을 정합니다. 그 한계 안에서 각 지자체마다 고유의 룰을 정하도록 돼 있어요. 1187m의 무등산이 있는 광주와 아무 것도 없는 세종시는 달라야 되잖아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시마다 고유의 룰이 있죠. 파리 도심에서는 6층 이상은 못 짓는데, 파리 시민들이 그렇게 하기로 합의한 거죠. 광주도 하루 속히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 그런 규범을 정해야 합니다.”

◇공공건축물이 보석 같은 ‘도시적 장치’역할 해야=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나고 자란 ‘강북 토박이’인 그는 1978년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에 입학해 2학년 때 10·26, 3학년 때 5·18을 겪었다. 격동의 1980년대를 관통해온 그는 ‘광주’에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 그는 “나 역시 1980년 5월을 기점으로 전후가 나뉜다”고 말한다. 일종의 부채의식으로 후일 ‘청년 건축운동’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건축가 함인선, 사이를 찾아서’에서 “지난 2005년 광주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을 세운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한 맺힌 장소를 문화를 통해 승화시키겠다는 광주 사람들의 논의와 결정에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밝혔다.

함 총괄건축가는 정치적·이념적 지향과 맞아 광주를 선택했다. 초대 총괄건축가로서 포부는 오직 한가지이다. 차기 총괄 총건축가들이 아주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눈치를 보지않고 소신껏 총괄 건축가 위상과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다.

“도시는 생명체다. 유기체처럼 생로병사도 있고 환골탈태도 있다. 유기체의 구성단위가 세포라면 도시의 그것은 건축이다.”

함 총괄건축가는 지난 2014년 펴낸 ‘건축가 함인선, 사이를 찾아서’에서 도시는 유기체와 같이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이 살아있는 동안 세포가 바뀌듯 도시 또한 변화한다. 문제는 선순환(善循環)이다. 도시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항상 새로운 것에 의해서 건강하게 순환돼야 좋은 도시라는 의미이다. 생명체가 일종의 호르몬이나 효소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도시도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공공건축물 등 ‘도시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그는 건축가가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브리콜뢰르(Bricoleur)형’ 인간이라고 강조한다. ‘브리콜뢰르’는 프랑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1959~2009) 오지 원시인 부족을 연구하고 도입한 개념이다. 쉽게 말하면 드라마속 ‘맥가이버’같은 문화창조자이면서 손재주꾼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건축가나 계획가는 20세기 초처럼 ‘내가 다 할게’ 이게 아니라 사회를 잘 들여다 보고 뭐가 필요한 가를 관찰한 후에 있는 자산으로 임기웅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건축뿐 아니라 사회, 기술과 소통하는 그런 역할이 필요합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