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딛고 ‘빛나는 노장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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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딛고 ‘빛나는 노장 투혼’
함평군청 여자레슬링 37세 김형주,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우승
2020년 01월 16일(목) 00:00
14일 전남 함평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여자 자유형 53kg급 최종선발전에서 2차 선발전에서 우승한 함평군청 김형주(왼쪽)와 1차 선발전에서 우승한 광주남구청 박은영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그만 내려올 때도 됐어.”

한 때 한국여자 레슬링의 간판이던 김형주(37·함평군청)가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나온 얘기다. 본인도 은퇴를 고려한 터이다.

하지만, 그를 아끼는 레슬링 관계자들은 은퇴를 만류했다. 마땅한 후계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는 국내 여자 레슬링 선수로는 유일하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고, 4년 뒤 런던 올림픽 무대까지 밟았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레슬링 선수 중 유일하게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 때 은퇴를 결심했던 김형주는 마음을 다잡고 새 소속팀 함평군청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국가대표 1차 선발전 여자 자유형 53㎏급 결승에서 자신보다 15살 어린 박은영(21·광주 남구청)에게 1-2로 무릎을 꿇었다.

부상투혼으로 매트에 나섰지만 젊은 박은영을 잡기에는 힘에 부쳤다. 지난해 11월 소속팀의 중국 선양 전지훈련 중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형주를 태운 택시가 앞차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하필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불과 일 주일여 앞둔 시점이었다.

김형주는 “사고 직후에는 괜찮았는데, 며칠 지나면서 몸에 이상이 생겼다”며 “온몸 근육이 뒤틀리며 통증이 따라왔다. 어지럼증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김형주는 벼랑 끝에 몰렸다. 그는 2차 선발전에서 우승한 뒤 1차 선발전 우승자 박은영과 최종선발전을 펼쳐 승리해야 했다.

김형주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14일 함평군 함평문화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우승한 뒤 박은영과 최종선발전에서 4-2로 승리했다.

도쿄올림픽 1차 관문을 통과한 김형주는 3월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 쿼터 대회를 통해 올림픽 출전권을 노린다.

김형주는 “1차 선발전 이후 몸 회복에 전념하느라 훈련량이 적었는데, 다시 훈련량을 늘리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형주의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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