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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진실·정의·회복 뒤 포용 처벌 넘어 용서·화해 뒤따라야
2020년 01월 14일(화) 00:00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누구는 신물이 난다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묘지와 기념관만으로 ‘그날’을 상징할 때까지는 끊임없이 불려나오는 사건이 5·18이다.

남북의 평화체제가 형성되어 빨갱이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사회문화적 지역주의가 사라질 때까지 5·18은 진행형일 것이다. 정치가 덮어버려도 사건의 저장소가 있는 한 5·18의 역사는 언제든지 재소환 된다. 전일빌딩의 헬기기총소사 탄흔과 전두환의 당랑거철 같은 무모함이 반증이다.

한반도 평화를 둘러싼 긴박한 상황에서도 5·18은 들끓었고 정쟁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는 난장판 국회에서도 5·18은 요동쳤다. 5·18희생자를 광주의 금남로에서 조롱하는 일도 거들고 있다. 그것은 1차적으로 사실차원의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전두환 일당을 사면해버린 톡톡한 후과다. 그리고 지만원 같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실의 왜곡을 재생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왜곡 소동을 벌인 것은 정략의 대상을 넘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다고 봐야한다.

국가가 사실차원의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소상하게 밝혀야 할 절실한 까닭이다. 더 이상 5·18이 정략의 도구로 되 불려 나오는 일을 없게 해야 한다.

한편 40여년의 ‘5월’이 이룬 사회적 성과는 우람하다.

식민지에서 벗어나 민족 간의 전쟁을 거치고 군사독재 아래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은 대한민국은 5·18의 환란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국가를 민주주의적 사회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하여 권력교체가 가능한 정치문화를 만들었고 민중의 주체적 사회참여를 제도화하였다.

87년 6월 항쟁과 7,8,9 노동자대투쟁은 80년 5월 27일의 새벽에서 시작한 민주화운동의 큰 전환이었다.

그리고 진실과 정의는 민중의 주체적 참여를 통해 한 단계씩 성장해가는 것을 몇 번의 정권교체로 체득하였다.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은 과거청산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자각과도 닿아있다. 과거청산은 처벌이 아니라 민주주의로 이행해가는 이행기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다. 이행기 정의를 바로세우는 기본구조가 진실, 정의, 회복에 있고 우리는 이제 3가지 모두가 관통하는 제2의 과거청산과정에 돌입해있다.

5·18진상규명이 사실규명과 사건현장의 가해자 처벌을 넘어서 국민적 용서와 화해가 뒤따라야 할 이유이다.

고백과 참회는 용서와 회복의 도덕적 자산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5·18진상규명을 대하는 국민의 시선이 보복정의가 아니라 회복정의에 가 닿을 것이다. 그럴 때 2020청년세대는 지역주의적 배타성과 정략적 왜곡을 퇴출시킨 ‘사람과 삶으로서의 5·18’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5·18진상규명의 과제는 총체적이다.

헌법적 가치로 규범화하고 국군의 이념을 국민의 군대로서 재정립하는 것, 그리고 민주와 대동, 나눔과 자치, 용기와 희생의 정신을 대한민국 공동체의 사회적 자산으로 승화해야 한다.

불혹의 40년을 맞은 5·18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응답은 나와 너를 포괄하여 우리의 5·18일 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응징과 처벌보다는 회복적 정의를 위한 의연한 결기가 더 필요하겠다.

5·18 진상규명 과정이 치밀한 사실규명과 함께 진실의 의미를 포착한 포용의 너른 품을 펼칠 때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냉소와 외면보다 성찰과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