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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의 배신 제임스 스콧 지음·전경훈 옮김
2020년 01월 03일(금) 00:00
문명사를 생각할 때 대부분 인류가 한곳에 정착하며 농사를 지으면서 국가를 이루고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고 본다. 일정 부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역사학자와 다르게 예일대 정치학 스털링 석좌교수 제임스 C.스콧은 “초기 국가의 주민에게는 국가를 버리고 떠나는 것이 오히려 건강과 안전에 더 요긴하기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그가 이번에 펴낸 ‘농경의 배신’은 “최초의 국가들이 성립된 뒤에도 수천 년 동안 국가 중심의 외부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삶의 질이 더 나았던 만큼 계속 그렇게 살았던 게 아닐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역사적, 정치적 대항서사의 대가”로 불리는 정치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인 ‘정착생활’, ‘신석기 농업혁명’, ‘문명의 발흥’, ‘국가의 기원’에 대한 표준서사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국가 형성과 유지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소수의 지배층을 제외한 ‘국민’에게는 자유가 제한됐을 거라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이 악화되고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았을 거라는 얘기다. 초기 국가의 성립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곡물’이었는데 이는 조세 수입과 인력동원과 맞물려 있던 탓에 국가의 강제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주장을 토대로 하면 최초의 농경국가는 ‘길들이기’ 과정의 축적을 통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불에서 식물과 가축, 국가의 국민과 포로를 거쳐 마지막 단계에서는 가부장제 가정 안에서의 여성 등의 길들이기를 통해 번식력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했다는 의미다. <책과함께·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