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만드는 신비한 마법 … 화학은 ‘인문학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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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만드는 신비한 마법 … 화학은 ‘인문학의 꽃’이다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화학, 인문과 첨단을 품다 - 전창림 지음
2020년 01월 03일(금) 00:00
화학이 인문학의 꽃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얼핏 인문학과 화학은 거리가 먼 학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정창림 박사가 펴낸 ‘화학, 인문과 첨단을 품다’가 바로 그것.

미술학도를 꿈꾸던 저자는 대학에서 화학공학, 석사는 산업공학, 박사 때는 유기화학을 전공한 매우 이례적인 경력의 소유자다. 그가 생각하는 화학은 ‘인간 삶의 모든 것을 아우르고 표상하는 변화의 학문’이다.

사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인간의 모든 삶은 변화하는 속성을 지녔다. 그런데 이 변화의 실상을 탐구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바로 화학이라는 사실은 사뭇 이채롭다.

그렇다면 왜 인문학이 화학의 꽃일까? 인간이 오랜 시간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DNA라는 화학물질 덕분이다. 생각과 느낌, 사상, 사유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경전달 물질과 대사물질이 다름아닌 화학물질이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게 하고, 사용하는 모든 물품 제조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분야 또한 화학이다.

“생물학도, 물리학도, 수학도, 심지어는 음악, 미술, 체육까지도 화학이 없이는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신기한 아이디어를 냈어도 그 근본 재료는 화학이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화학은 그 속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화학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다른 과학보다 더 크다.”

저자는 역사적 기적에는 언제나 화학이 함께했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일본의 항복은 원자폭탄 투하라는 화학의 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대재앙인 흑사병을 막은 것도 화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화학은 첨단기술분야에서도 긴요한 학문이다. 현대의 3대 기술로 일컫는 IT, BT, ET의 중심 기술은 화학이다. 거의 모든 이들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어가 첨단 화학에서 태동했다. TV나 컴퓨터, 태블릿의 얇고 가벼운 평판 디스플레이어도 화학의 혜택을 받고 있다.

“휴대용 기기의 가장 중요한 부품 중의 하나가 전지임은 우리 모두가 체감하는 것이다. 아침에 들고 나온 스마트폰이 전지가 다 떨어져서 쓸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여기에도 고도의 화학 기술이 들어간다. 그 밖에 스포츠, 과학수사, 자동차 등의 첨단기술은 화학에 아주 밀접하게 기대고 있다.”

문화 분야, 특히 영화와 소설에서 화학을 주제로 한 작품도 있다. 더 나아가 화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작품도 적지 않다. ‘신기전’, ‘제5원소’, ‘에볼루션’, ‘마션’, ‘향수’, ‘플러버’, ‘괴물’, ‘개미’ 같은 영화나 소설은 화학을 토대로 풀어낸 이색적인 작품들이다.

그림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의 명화 가운데는 화학이 창조해낸 작품이 많다. 저자는 “낮 풍경을 그렸지만 화학작품으로 밤풍경(‘야경’)이란 제목으로 바뀐 렘브란트의 명화, 과학으로 태동한 인상주의 그림들, 또한 화학자들이 새로이 만든 재료로 현란한 색채를 구사하게 된 명화들”이 그렇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저자는 화학의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덧붙인다. 과도하게 화학물질을 기피하면서 올바른 위생생활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화학은 말 그대로 학문 분야이며 화학물질은 또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모든 물질의 성질과 그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화학이 더욱 발달해야 한다. 지구를 깨끗하게, 인류를 건강하게 하는 데 화학보다 더 중요한 지식은 없다.” <한국문학사·1만6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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