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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들어가 위대한 스승과 찬란한 우주를 만나자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채사장 지음
2019년 12월 27일(금) 04:50
“인류의 역사 속에서 등장한 수많은 지혜로운 스승도 이를 알고 있었다. 세계 속에 당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당신 속에 세계가 있다는 진실, 세계의 마음과 당신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는 진실. 위대한 스승들은 이 깊은 합일의 진리를 알고 있었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고자 했다. 이제 당신이 알려줄 차례다. 자신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곳에서 찬란히 빛나는 우주의 본질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당신이 깨달은 진실을 당신의 입으로 다른 이들에게 전해줘야 한다. 위대한 스승들이 당신에게 그러했듯이.”(본문 중에서)



인문학 도서 가운데 200여 만 부가 팔린 책이 있다. 인문교양 베스트셀러였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지대넓얕’). 1권은 역사와 경제, 사회, 윤리 등을 다루었으며 2권은 철학과 과학, 예술, 종교 등을 아울렀다. 전자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자는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로 세계를 바라봤다.

1권과 2권은 양분된 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이를 통합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이원적 시각 이전의 일원적 ‘렌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밀리언셀러 작가 채사장이 마침내 3권을 펴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책 제목은 3권이 아닌 0권(제로)으로 표기돼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기존의 ‘지대넓얕’이 이원론이 지배하는 세계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이번의 제로 편은 인류 사상사에서 중요한 지식으로 꼽히는 동양의 사상과 인물을 조명했다.

특히 ‘위대한 스승들’과 ‘거대 사상’은 이 책의 키워드라 할 만큼 핵심내용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위대한 스승들은 적지 않았다. 저자는 그 중에서 ‘축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기원전 5세기를 전후한 현자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시기에 인도의 우파니샤드, 고타마 싯다르타가 등장했고 중국에서는 노자와 공자가 활동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출현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엘리야, 예레미야, 이사야가 활동했다.

그렇다면 위대한 스승들은 왜 축의 시대에 등장했는가.

“자연에서 태어나 넓은 들판을 떠돌던 인류는 이 시점부터 거대한 도시에서 태어나 문화와 상징 체계 속을 살아가게 되었다. 도시 생활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고 경제, 정치,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으며 이는 폭력과 전쟁으로 귀결되었다.”

저자는 노자와 공자, 인도와 동양, 부처의 사상은 세속과 탈속의 균형에 있다고 보았다. 즉 ‘세계의 실체는 나의 마음이며 나의 마음을 통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다. 당대의 스승들은 자아와 세계의 통합이라는 거대한 신비를 통찰했으며 이를 ‘범아일여’, ‘노와 덕’, ‘일체유심조’ 등으로 규정했다.

서양 사상은 양대 산맥인 철학과 기독교에 포커스를 맞췄다. 저자에 따르면 철학은 소크라테스 제자 플라톤에 의해 이데아 사상이 2000년 가까이 이원론으로 이어졌다. 기독교는 사도 바울에 의해 예수의 부활과 죽음이 강조됐다.

책은 거대한 사상의 윤곽을 더듬어볼 수 있도록 역점을 뒀다. 제목의 일부인 ‘제로’는 ‘모든 지식의 시작’으로, 사상들의 연결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학기술 문명의 시대에 오래된 고대의 지혜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이원론을 넘어 일원론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다. “잃어버린 절반의 세계인 일원론의 세계, 그곳의 주인이 원래 당신이기 때문이고, 당신이 들어서기 전까지 그곳은 깊은 어둠 속에 버려져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외부의 폭풍을 가라앉히고 내가 가진 모든 선입견을 판단중지 한 후, 내면의 가려진 대륙을 향해 발을 내디뎌 보자. 고대의 위대한 스승들이 그 깊은 곳에 출구가 있다고, 그 출구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해주고 있으니.”

<웨일북·1만9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