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문화기행 <중> 핀란드 헬싱키
문화예술·관광·디자인… 걸어서 헬싱키 속으로
호수와 어우러진 시벨리우스 공원
독립 100년기념 중앙도서관 ‘오디’
과거·현재 만남 ‘아모스렉스미술관’
암반을 깎아 만든 ‘암석교회’
‘무민카페’ ‘카모메 식당’ 촬영지도
호수와 어우러진 시벨리우스 공원
독립 100년기념 중앙도서관 ‘오디’
과거·현재 만남 ‘아모스렉스미술관’
암반을 깎아 만든 ‘암석교회’
‘무민카페’ ‘카모메 식당’ 촬영지도
![]() 헬싱키 뮤직센터. |
핀란드 헬싱키는 ‘걸어서’ 여행하기 참 좋은 도시다. 인구 65만명 정도의 크지 않은 도시인데다, 관광지나 문화 예술공간들이 집중돼 있어, 유유자적 여행하기 좋다. 구도심과 신도심 역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현장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헬싱키는 국적기 핀에어 직항(9시간 소요)을 이용할 수 있어 방문하기도 편리하다. 내년부터는 부산에서도 비행기가 뜰 예정이라 우리 지역에서 가기 좀 더 수월해졌다.
핀란드 예술 여행은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교향시 ‘핀란디아’를 비롯해 ‘슬픈 왈츠’, ‘바이올린협주곡’등 북유럽 특유의 선율로 클래식 애호가의 사랑을 받는 그를 찾아 시벨리우스 공원으로 향한다. 호수와 어우러진 공원에는 그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24톤, 600여개의 강철파이프가 기하학적으로 연결된, 파이프 오르간 형태의 조형물 바로 옆에는 진지한 모습의 시벨리우스 두상이 놓여 있다. 공원 산책을 마치고 난 후 호숫길을 걷다보면 마주치는 아기자기한 카페 ‘레가타’에서 커피와 시나몬롤을 먹는 건 이곳을 찾는 이들의 필수 여정이다.
시벨리우스의 대표작 이름을 딴 ‘핀란디아홀’은 클래식 공연 등이 열리는 문화공간으로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르 알토의 작품이다. 그가 설계한 아케테미넨 서점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 넓지 않은 서점 공간은 무엇보다 하늘이 보이는 여러개의 채광창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인상적이다. 서점 안 카페 알토는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국회의사당 앞에 2011년 문을 연 헬싱키 뮤직센터는 클래식 매니아들이 사랑하는 연주회장이다. 핀란드 유일의 음악대학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가 입주해있고,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공간이기도 하다. 30세의 젊은 건축가 마르코 키비스퇴가 설계한 뮤직센터는 바깥 풍경을 고스란히 안으로 끌어들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1700석의 메인홀은 독특하게 지하에 자리잡고 있으며 1층 로비에서 유리창 너머로 연주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침 방문한 날에는 수필가 피천득의 외손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태판 피 재키브의 협연 무대가 열려 관람할 수 있었다.
뮤직센터 바로 앞에는 현재 헬싱키에서 가장 ‘핫한’ 중앙도서관 ‘오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연 ‘오디’는 디자인 강국 핀란드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다. ‘오디’는 우리가 갖고 있는 도서관의 고정 관념을 깬 복합문화공간이다. 배 갑판을 연상시키는 도서관 곳곳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책을 읽고,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본다. 넓게 펼쳐진 야외 3층 테라스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햇빛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밤 10시까지 불을 밝히는 도서관은 밤이면 또 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오디’ 바로 인근의 키아즈마현대미술관은 다양한 기획전이 열리는 현대미술의 메카며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중앙역은 1914년 지어진 육중한 화강암 건물로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전철역 중 하나인 캄피역 인근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광장을 지나면 커다란 원형 나무통을 세워놓은 것 같은 캄피 예배당이 보인다. 가문비 나무 등으로 만든 이 예배당은 흔히 ‘침묵의 교회’로 불리는데 들어가보면 그 이름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다. 은은한 조명과 몇개의 의자만이 놓인 공간에 들어서면 오직 ‘침묵’만이 흐른다.
‘오디’와 함께 ‘현재의 헬싱키’를 가장 핫하게 만든 공간이 있다. 바로 캄피 예배당 옆에 2018년 8월 문을 연 아모스 렉스 미술관이다. 개관 1년만에 50만명이 넘는 이들이 다녀간 아모스 렉스미술관을 둘러보다 보면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1930년대 만들어진 빌딩과 광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채 타일을 붙인 기하학적인 돔 형태 구조물들을 새로 만든 아모스 렉스 미술관은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공간의 ‘행복한 동거’가 이루어진 현장이다. 평평한 광장에 솟아오른 언덕들은 재미있게 다가온다. 언덕 위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휴식을 취한다. 지하에는 축구장 1.5배 넓이의 전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일명 ‘암석교회’로 불린다. 암반을 깎아 만든 교회로 1969년 티모와 투오모 수오말라이넨 형제가 설계했다. 교회에 들어서면 신비로운 느낌이 전해진다. 천정과 외벽 사이의 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했고 건물 내부는 천연 암석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녹음된 음악이기는 하지만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듣고 잠시 의자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헬싱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캐릭터 ‘무민’이다. 핀란드 동화 작가 토베 얀손이 북구의 전설 ‘트롤’을 재창조한 ‘무민’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답게 시내 곳곳에 캐릭터를 활용한 숍과 무민카페가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항구 마을 난탈리 카일로 섬에는 테마 파크 ‘무민월드’도 있다. 또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이동할 때 많이 이용하는 실야라인 페리에는 ‘무민룸’도 운영중이다.
그밖에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는 이라면 아카테미넨 서점과 함께 영화의 주 촬영지였던 식당 ‘라빈톨라 카모메’에 들러봐도 좋다. 약간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익숙한 식당 간판과 주인공들이 담긴 영화 포스터만으로도 추억에 빠져든다.
/헬싱키=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 시벨리우스 공원에 자리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두상. |
핀란드 예술 여행은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교향시 ‘핀란디아’를 비롯해 ‘슬픈 왈츠’, ‘바이올린협주곡’등 북유럽 특유의 선율로 클래식 애호가의 사랑을 받는 그를 찾아 시벨리우스 공원으로 향한다. 호수와 어우러진 공원에는 그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24톤, 600여개의 강철파이프가 기하학적으로 연결된, 파이프 오르간 형태의 조형물 바로 옆에는 진지한 모습의 시벨리우스 두상이 놓여 있다. 공원 산책을 마치고 난 후 호숫길을 걷다보면 마주치는 아기자기한 카페 ‘레가타’에서 커피와 시나몬롤을 먹는 건 이곳을 찾는 이들의 필수 여정이다.
국회의사당 앞에 2011년 문을 연 헬싱키 뮤직센터는 클래식 매니아들이 사랑하는 연주회장이다. 핀란드 유일의 음악대학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가 입주해있고,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공간이기도 하다. 30세의 젊은 건축가 마르코 키비스퇴가 설계한 뮤직센터는 바깥 풍경을 고스란히 안으로 끌어들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1700석의 메인홀은 독특하게 지하에 자리잡고 있으며 1층 로비에서 유리창 너머로 연주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침 방문한 날에는 수필가 피천득의 외손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태판 피 재키브의 협연 무대가 열려 관람할 수 있었다.
![]()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디’는 헬싱키의 핫 플레이스다. |
뮤직센터 바로 앞에는 현재 헬싱키에서 가장 ‘핫한’ 중앙도서관 ‘오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문을 연 ‘오디’는 디자인 강국 핀란드의 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이다. ‘오디’는 우리가 갖고 있는 도서관의 고정 관념을 깬 복합문화공간이다. 배 갑판을 연상시키는 도서관 곳곳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책을 읽고,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본다. 넓게 펼쳐진 야외 3층 테라스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햇빛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밤 10시까지 불을 밝히는 도서관은 밤이면 또 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오디’ 바로 인근의 키아즈마현대미술관은 다양한 기획전이 열리는 현대미술의 메카며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중앙역은 1914년 지어진 육중한 화강암 건물로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전철역 중 하나인 캄피역 인근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광장을 지나면 커다란 원형 나무통을 세워놓은 것 같은 캄피 예배당이 보인다. 가문비 나무 등으로 만든 이 예배당은 흔히 ‘침묵의 교회’로 불리는데 들어가보면 그 이름의 의미를 바로 알 수 있다. 은은한 조명과 몇개의 의자만이 놓인 공간에 들어서면 오직 ‘침묵’만이 흐른다.
‘오디’와 함께 ‘현재의 헬싱키’를 가장 핫하게 만든 공간이 있다. 바로 캄피 예배당 옆에 2018년 8월 문을 연 아모스 렉스 미술관이다. 개관 1년만에 50만명이 넘는 이들이 다녀간 아모스 렉스미술관을 둘러보다 보면 ‘과거와 현재의 만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1930년대 만들어진 빌딩과 광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채 타일을 붙인 기하학적인 돔 형태 구조물들을 새로 만든 아모스 렉스 미술관은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공간의 ‘행복한 동거’가 이루어진 현장이다. 평평한 광장에 솟아오른 언덕들은 재미있게 다가온다. 언덕 위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휴식을 취한다. 지하에는 축구장 1.5배 넓이의 전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 헬싱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알바르 알토가 설계한 아카테미넨 서점. |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일명 ‘암석교회’로 불린다. 암반을 깎아 만든 교회로 1969년 티모와 투오모 수오말라이넨 형제가 설계했다. 교회에 들어서면 신비로운 느낌이 전해진다. 천정과 외벽 사이의 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했고 건물 내부는 천연 암석 느낌을 그대로 살렸다. 녹음된 음악이기는 하지만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듣고 잠시 의자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헬싱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캐릭터 ‘무민’이다. 핀란드 동화 작가 토베 얀손이 북구의 전설 ‘트롤’을 재창조한 ‘무민’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답게 시내 곳곳에 캐릭터를 활용한 숍과 무민카페가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항구 마을 난탈리 카일로 섬에는 테마 파크 ‘무민월드’도 있다. 또 헬싱키에서 스톡홀름으로 이동할 때 많이 이용하는 실야라인 페리에는 ‘무민룸’도 운영중이다.
그밖에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는 이라면 아카테미넨 서점과 함께 영화의 주 촬영지였던 식당 ‘라빈톨라 카모메’에 들러봐도 좋다. 약간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익숙한 식당 간판과 주인공들이 담긴 영화 포스터만으로도 추억에 빠져든다.
/헬싱키=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