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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피해자 4412명 심층 실태조사 무산
트라우마·생활실태 등 객관적 자료 확보…40년만의 첫 시도
국비 확보 못하고 광주시 자체예산 편성해 추진 계획도 없어
2019년 12월 13일(금) 04:50
12·12 군사반란 40주년인 12일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두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작한 동상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연합뉴스
5·18민중항쟁 이후 40년만에 처음 계획됐던 5·18 피해자 심층 실태조사가 사실상 무산됐다. 광주시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내년도 국비사업의 하나로 추진했으나 국비를 단 한푼도 확보하지 못한 데다, 광주시 자체 예산을 편성해 추진할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국비 5억원을 지원받아 내년 1월부터 연말까지 5·18민주유공자 4412명을 대상으로 생활 실태 및 후유증 조사를 할 계획이었다. 민중항쟁 발발 이후 지금껏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단 한 번도 없었던 터라, 40주년을 맞아 유공자 피해 실태를 전수 조사해 합당한 예우를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실태조사 대상은 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 유족 등 177명, 부상자 또는 부상자 유족 2765명, 구금자 등 기타 피해자 또는 유족 1470명이었다.

40년이 지난 후 5·18 피해자의 트라우마, 경제적 환경 등 생활 실태, 직업 보유 등 사회적응 정도를 전수조사해 국가폭력 피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 및 지원의 필요성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대면 조사와 구술 채록 방식의 조사를 통해 당시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계속 이어지는지, 가족의 피해가 또 다른 가족에게 옮아가는지 등을 조사해 파괴된 개인사를 복원하는 데 국가와 광주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는 필요성도 있었다.

그러나 광주시가 국회의 내년도 예산 확정 후 지난 11일 발표한 40주년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업 목록에는 5·18피해자 실태조사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비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5·18 40주년을 맞아 행사성 사업 8가지에는 국비 65억원이 반영됐다. 40주년 기념사업 추진비(10억), 민주인권평화 근현대사 120주년 전시회(5억), 세계인권도시 포럼 5월 광주개최 사업(5억), 베니스비엔날레 5·18 특별전시회(5억원) 등이다. 베니스비엔날레 5·18 특별전과 세계인권도시 포럼 5월 광주개최 사업의 경우 이용섭 광주시장이 특히 관심을 표명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광주시가 국회 예산 심사 단계에서 5·18 피해자 실태조사 사업비 확보보다 행사성 예산 확보에 주력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5·18 피해자 실태조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기에 애초 부처 예산에 누락됐으나 광주시가 지역 국회의원 도움을 받아 총력을 다한 결과 정부 예산안에 포함시켰던 사업”이라며 “그러나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최종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태조사 필요성은 있으나 사업 추진 주체가 국가보훈처 사무인 것 같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 광주시 자체 예산으로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