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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2>
평범함은 잊어라…나만의 콘텐츠라야 뜬다
● ‘다문화 워킹맘’ Diana Sagiyeva
한국 남편만나 광주정착기로 구독자수 14만명 유튜버
카자흐스탄 의사 출신 화장품 카운슬러
한국생활 등 러시아어로 올려 한국 오고싶은 외국인 인기
지역방송은 물론 공중파까지 출연 ‘글로벌 인사’
● ‘먹방 형제 유튜버’ 떵개떵
2019년 12월 10일(화) 04:50
러시아어로 광주살이 일상을 올리며 14만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 디아나 사기에바씨.
◇광주정착기로 14만 모은 디아나 사기에바= “안녕하세요. 저는 화장품 카운슬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녀를 만나고 나눈 첫 인사였다. 또박또박 차분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는 카자흐스탄에서 온 디아나 사기에바(45)씨다.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광주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한 지 6년차 인 워킹맘인 그녀의 표정에 열정이 엿보인다.

한국말을 전혀 모른채 한국생활을 시작했다는 디아나씨는 현재 구독자 수 14만명을 거느린 인기 유튜버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Diana Sagiyeva’ 채널이다. 지역방송은 물론 공중파인 KBS1-TV ‘이웃집 찰스’까지 출연하며 글로벌 유명인사가 됐다. 이보다 더 한국생활을 잘 적응하는 이주 여성이 있을까.

디아나씨의 1인 크리에이터의 활동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자흐스탄에서 병리학을 전공해 의사로 활동하던 그녀는 2001년 코이카 해외봉사단에 참가해 카자흐스탄으로 온 남편 이종훈(45)씨를 만나게 됐고 2003년 잠시 한국에 들어와 결혼식을 한 이후에는 2014년 까지 줄곧 카자흐스탄에서 생활했다.

그동안 부부에게는 사랑스러운 세 딸 수빈, 유빈, 혜빈이가 생겼고, 남편의 비자 문제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2014년 가족과 함께 한국행을 결심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나라로 간 디아나씨를 걱정하는 친정엄마와 남동생,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방법은 쉽지 않았다. 결혼후 3개월 동안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지냈는데 인터넷이 되지 않았고 스마트폰도 없었다. 2015년 분가한 후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면서 고향에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고향에 계신 엄마에게 집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찍었어요. 하지만 1분30초 분량의 영상이 전달되는 시간은 무려 15분이었어요. 남동생과 친구에게 같은 영상을 보낼 때도 마찬가지였지요.”

디아나씨는 결국 유튜브를 선택했다. 2015년 10월 처음으로 유튜브에 자신의 한국 생활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해당 링크를 가족들에게 알려주면서 소식을 전했다.

그러다가 2016년 1월쯤부터 모르는 사람들이 그녀의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가족과 친구들까지 25명에 불과했던 구독자수는 하루 50명씩 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좋아요’ 하트를 받고 댓글을 통해 인사를 받는 기분은 신기했다. 무엇보다 한국생활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는 이들이 많았다. 출입국 관리소라든지, 비자문제, 핸드폰을 구입할 때 필요한 통신사 정보들을 자세하게 올렸다. 광주에 정착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나 필요한 정보들을 올리다 보니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

디아나씨는 일주일에 1~2회 꾸준히 영상을 올린다. 주제는 다양하다. 한국생활 이야기나 아이들의 성장 영상, 모델 활동을 시작한 첫째 딸의 근황, 화장품 홍보영상 등 가리지 않는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문화와 광주·전남의 명소, 음식 등 누구나 올릴 수 있는 평범한 내용들이다. 한가지 독특한 점은 한국말이 아닌 러시아어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11월 현재 그의 유튜브 구독자수는 14만 3000명. 자체 방문자 분석 결과 대다수가 외국인으로 조회가 된다. 러시아어로 진행하는 탓에 러시아를 포함해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키르기스스탄 출신이거나 현지인들이 많다. 고려인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살고 있는데 그들도 열혈 구독자다. 남성보다는 여성 구독자가 월등히 많다.

10분 내외의 영상 하나를 올리는데 보통 6~7시간을 할애한다. 영상을 찍고 음악을 추가하고 자막도 넣어 편집하는 시간이 만만찮다. 영상을 올리지 않는 날이라도 늘 유튜브에 주목한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건씩 올라오는 댓글에 답을 해주기 위해서다.

“제가 올리는 영상을 저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보고 좋아하는 걸 보면 재미있어요. 한글도 몰랐던 제가 한국생활을 담은 영상들로 인기 유튜버가 됐다는게 아직도 신기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농산물 도매시장을 가고 동네 양동시장을 구경하는 영상을 올렸을 뿐인데 누적 조회수가 무려 70만회를 넘었다. 벚꽃이 활짝 핀 초봄에는 여느 가족들처럼 집에서 가까운 운천저수지로 나들이를 나가기도 한다.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성능 등 자세한 정보를 남기기도 하는데, 영상을 보고 화장품을 구입하겠다는 이들도 많다. 그렇게 들어온 해외 주문 물량이 상당하다.

예쁘게 꾸미려고 하거나, 성능 좋은 카메라를 이용한 것도 아닌,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일상일 뿐인데 이토록 많은 인기를 끄는 것은 그녀가 ‘외국에서 온’ 다문화 여성인 점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 그녀처럼 한국생활을 하고 있거나 한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그녀의 영상을 보며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도움을 받고 있다. 언젠가부터는 댓글에 ‘해이터(hater)’ 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비자나 통신사 문제를 해결해주고 돈을 챙기는 이들이었는데, 제 영상들이 무료로 제공되니까 ‘영업’에 손해를 보고 있다고 그만 두라는 식이었어요. 나쁜 말이 담긴 댓글들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아요. 가족들도 물론 같은 기분일 꺼에요. 하지만 앞으로도 저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좋아할 수 있도록 한국소식을 전할 겁니다.”

떵개떵 형제 유튜브는 ‘PC방 전메뉴 털기’ ‘하루대끼’ 등 먹방영상으로 가득하다. <떵개떵 채널 캡쳐>


◇먹방 전문 유튜브 채널 ‘떵개떵’= 지난 11월 초, 광주 서구 금호동 한 PC방에 대세 크리에이터 ‘떵개떵’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친구와 함께 PC방 ‘먹방’을 위해 찾아왔다는 그는 유튜버 ‘떵개떵’ 형제 중 동생인 ‘떵개’였다.

해당 PC방이 음식 메뉴도 많고 맛있다는 소식에 찾아왔다는 그는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메뉴부터 둘러본다. 떵개가 PC방 아르바이트생에게 주문한 메뉴는 치즈짜파게티, 불닭치즈, 뚝배기불고기, 비빔국수, 치즈라볶이, 만두, 닭꼬치, 소떡소떡, 햄버거. 순살치킨 까지 한 상에 다 올리지 못할 만큼 많았다. 7분동안 이어지는 영상에는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 이어진다.

눈으로 보는 유혹도 만만치 않았지만 귀로 들리는 음식 먹는 소리가 훨씬 자극적이었다. 떵개떵 영상의 핵심은 ‘ASMR(자율감각 쾌락 반응)’이다. 단순히 먹는 모습만 보여줄 뿐인데 하염없이 들여다보게 되는 것도 마치 바로 옆에서 먹고 있는 것처럼 리얼하게 들리는 ‘소리’ 때문이다.

면치기는 기본에, 엄청난 양에 배가 부를 법도 한데 마지막까지도 첫 끼니를 먹는 것처럼 폭풍 흡입을 선보인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22만9000회, 연이어 달린 댓글에서는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해당 PC방의 상호명과 위치까지 순식간에 밝혀지기도 했다.

‘떵개떵’은 형인 ‘개떵’이태군(29), 동생 ‘떵개’ 이민주(27)씨가 함께 운영하는 먹방 전문유튜브 채널이다. 전남 화순에 거주하고 있으며 광주와 화순 인근 음식판매점에 자주 등장한다는 소식이다. 음식을 먹는 소리에 집중한 ‘리얼사운드’와 먹방에 예능을 접목한 ‘하루대끼’ 영상 콘텐츠로 거의 매일 영상을 올리다시피 하고 있다.

구독자는 360만명, 최근 동영상이 올라온 ‘짜장면파 vs 짬뽕파의 먹방~!! 리얼사운드’는 9시간만에 이미 조회수가 5만8000회를 가뿐하게 넘겼다. 2016년에 올라온 ‘시크릿반반닭다리 먹방’은 누적 조회수가 무려 3046만회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