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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1>
너도 크리에이터? 나도 크리에이터!
누구나 영상 만들어 업로드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
기획부터 촬영·녹음까지 모든 과정 스마트폰 하나로
초등생 희망 직업 5위 ‘유튜버’ 인기 실감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 공유 ‘브이(V)로그’ 대세
2명 중 1명 스마트폰으로 뉴스 소비
신문·방송 대체 새 미디어 ‘유튜브 저널리즘’
2019년 12월 10일(화) 04:50
‘1인 크리에이터(Creator)’ 전성시대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동영상 플랫폼에 자신이 직접 제작한 동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1인 창작자를 일컫는다. 지난해 교육부 조사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초등학생 희망직업 순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동네방네 마을공개방송 ‘미디어는 마을을 싣고’> 제작 현장. <시청자미디어센터 제공>


◇누구나 혼자서 쉽게 영상만들어 업로드=“일상 곳곳에 있는 모든 것들이 미술도구일 수 있다는 큰 틀 안에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김태호(32)씨는 지난 9월 ‘유튜브’(YouTube)에 그림그리기 채널 ‘주정뱅이 화가’를 개설했다. ‘술에 취해(醉) 그림을 그리는(畵) 신선(仙)’처럼 살았던 조선 후기 천재화가 오원(吾園) 장승업을 다룬 영화 ‘취화선’을 모티브로 해서 술 마시며 그림 그리는 ‘음주 미술방송’을 표방한다.

대학시절 불교미술을 전공했으나 직장에 들어간 후 붓을 멀리했던 그는 무기력해진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 취업하며 잠시 포기하고 있었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어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다. 첫 회 콩테와 색연필로 ‘매화그리기’를 시작해 매주 한편씩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이채롭게도 4B연필 같은 기존 그림도구 외에 과자나 립스틱, 라면스프 등을 활용해 그림을 그린다.

콘텐츠 또한 ‘크레파스로 동양화 그리기’와 시각장애인 친구를 위한 ‘점자 초상화’, 구스타프 클림트(오스트리아 화가)의 ‘1500억 그림을 1500원 색종이로 그리기’ 등 재치 넘친다. 특히 그림 재능이 잠재돼 있는 구독자들을 위해 영상마다 ‘다 같이 여러분의 숨은 재능을 위하여’라는 문구를 잊지 않는다.

그는 기획부터 촬영, 편집, 내레이션 녹음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한다. 장비는 스마트폰 하나다. 주로 퇴근 후 책상에 폰을 고정시켜 두고 타임랩스 기법으로 그림 그리는 모습을 찍는다. 편집을 마치고 업로드한 영상은 3~12분 정도 길이. 그러나 실제 그림그리기 작업은 1~4시간, 편집과정은 2~3일이 꼬박 소요된다. 채널을 시작한지 두달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구독자수가 0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1000여명을 돌파했다.

‘유튜브’(YouTube)를 중심으로 한 동영상 플랫폼에 누구든지 쉽게 영상을 만들어 무료로 업로드하는 ‘1인 크리에이터(Creator)’의 전성시대다.

◇10명중 9명이 유튜브에서 동영상 시청=‘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장래희망 직업으로 인기가 높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결과에 따르면 ‘인터넷방송 진행자(유튜버)’가 운동선수와 교사, 의사, 요리사에 이어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수년전부터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키즈(Kids) 유튜브 채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버 수입은 동영상 광고와 조회수에 좌우된다. 유튜버가 수익을 창출하려면 구독자 1000명을 넘어야 하고, 연간 동영상 시청시간이 4000시간 이상 이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튜브는 모바일로 동영상을 시청할 때 네티즌 10명중 9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왜 유튜브일까?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월 전국 만 19세~59세 스마트폰 보유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한 실시한 결과 유튜브 영상을 보는 이유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어서(46.1%) ▲내가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어서(43.4%) ▲방송자체가 재미있어서(33.5%) ▲방송을 시청하거나 듣는데 돈이 들지 않아서(22/2%)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정보가 많아서(19.8%) 등을 복수응답으로 꼽았다.

또한 유튜브에서 영상을 선택할 때 주로 고려하는 요인으로 ▲재미(63.9%) ▲진행자나 방송내용의 전문성 수준(33.9%) ▲이슈나 주제의 민감성(33.3%) 등을 선택했다.

요즘 유튜브의 대세를 이루는 트렌드는 일상을 담아내는 ‘브이(V)로그’이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 특별할 것 없고, 꾸며진 일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다. 1998년 개봉한 영화 ‘트루먼 쇼’와 같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자발적으로 중계한다. 구독자들은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삶’을 공유하며 동질감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또한 ‘정보의 바다’인 유튜브를 밑바탕으로 해 ‘지식 튜브’(지식+유튜브) 시대가 활짝 열렸다. 법률지식이나 과학, 인문, 예술, 군사, 잡학상식, DIY 등 궁금증이 생기면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해답’을 구할 수 있게 됐다. 한마디로 “유튜브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격이다. 그래서 네티즌은 전문가나 덕후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적절한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유니클로 패러디 영상을 제작한 전남대 사학과 4학년 윤동현씨.


◇새로운 미디어로 부상하는 ‘유튜브 저널리즘’=유튜브는 기존 신문과 방송을 대체하는 새로운 미디어, ‘유튜브 저널리즘’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19세~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이용 실태조사에서 2명중 1명이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말,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의 광고에 맞대응해 이를 역지사지(易地思之) 패러디한 전남대 사학과 4학년 윤동현씨의 영상은 유튜브의 위력을 한눈에 보여주었다.

평소 근로정신대 등 역사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윤 씨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라고?”하는 유니클로 광고를 본후 즉각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평소 교류해오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90)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는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승낙했다.

윤동현: “제 나이 때는 얼마나 힘드셨어요?”

양금덕: “그 끔찍한 고통은 영원히 잊을 수 없어!”

영상촬영은 30분가량 걸렸다. 19초의 짤막한 영상이었지만 ‘전남대 역사콘텐츠 제작팀 광희(광주의 희망 약칭)’ 유튜브 채널에 올리자마자 반향은 컸다. 결국 일본 유니클로 측은 한국에서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역사 시민활동가’를 자처하는 윤 씨에게 유튜브 영상은 기록이다. 대자보가 아닌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제가 영상을 골랐다가 아니라 사회가 영상을 고르게 만든 거죠. 정확하게는 영상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한테 역사를 알리는 더 재미있는 방법이 없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내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끝내야할 이야기가 있지 않나’싶어 영상 기획을 하고 있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