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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쓴 안과 의사는 괴로워!
2019년 12월 05일(목) 04:50
[박진우 보라안과병원 원장]
요즘 초등학교 교실을 들여다보면 한 반에 안경을 쓰지 않은 친구들이 서너 명 밖에 안된다. 세계보건기구의 예측에 의하면 2030년 우리나라 10대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9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원거리를 잘 보기 위해 안경이 필요한 사람이 전 인구의 대부분이 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 중국, 싱가포르 등이 학업량이 많고 야외 운동 시간이 적어서 고도 근시의 유병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내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안경잡이’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안경을 착용한 친구들 수가 많지 않았다. 그리고 비교적 안경을 쓴 친구들이 책 보기를 좋아해서인지 의과대학 친구들 중에는 안경을 쓰는 친구가 많았고 나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의대를 마치고 안과 의사가 되기 위해 수련의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이 받은 질문 중에 하나가 “왜 선생님은 안경을 쓰세요?”라는 것이었다. 환자분들 생각에 안경을 쓰는 안과의사가 왠지 못 미더웠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피부 안 좋은 피부과 의사가 자기 피부를 치료한다든지, 뚱뚱하고 담배 피는 내과 의사가 환자에게 비만이나 금연을 이야기하면 왠지 믿음이 덜 가는 것은 사실일 것이고 환자와의 관계(rapport)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안과 전문의가 된 후 나는 2003년에 라식 수술을 받았다. 사실 환자들에게 안전하지만 이런저런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일을 자주 했었지만 막상 내가 수술을 받으려니 책에서 보았던 부작용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녀 솔직히 무섭고 걱정도 많이 되었다. 하지만 15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별 특별한 불편 없이 안경으로부터 해방되었고 “왜 선생님은 안경을 쓰세요?”라는 질문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라식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왜 안과 의사는 라식 수술을 안 하느냐?”라는 질문을 꽤 많이 받았다.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안과 의사 중에도 안경을 쓰는 분이 많고 왠지 일반인들의 편견으로 수술 후 안 좋은 무언가가 있는데 숨기고 있다고도 오해하시기 때문에 환자에게 잘못된 정보라고 설명하지만 수긍을 못 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아는 안경 쓴 안과 의사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희 집사람이 안경 낀 내 모습을 좋아하고, 유재석 다음으로 안경이 어울린다고 둘러대면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질문에 강력한 대답을 가지고 있다. 바로 “저는 수술 받았는데요.” 이 한마디면 환자의 눈빛에서 어느 정도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수술적 치료로 꼭 안경을 벗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식, 라섹, 스마일 수술 등의 시력 교정 수술은 정밀한 사전 검사를 통해 수술이 가능한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확실히 좋은 결과가 예측되고 모든 지표가 안전할 때만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근시 유병률이 높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빠른 적용이 가능하여 굴절 수술 분야에서는 가히 세계 최상위권의 기술 및 수술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한 해 약 25만 건의 수술이 이루어지고 있고 정밀한 안과 검사 장비의 발전 및 스마일 수술 등이 일반화되면서 시력의 저하를 가져오는 심각한 부작용의 확률은 거의 0%에 가깝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모든 수술은 적응 과정이 필요하고 경험 많은 의사와 잘 교육된 라식 팀이 세심하게 수술을 시행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수술받을 때보다 훨씬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한 요즘에는 안과 의사들도 상당히 많이 라식이나 스마일 수술을 받았고, 안경이 필요 없는데도 멋으로 안경을 쓰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안경 쓴 안과 의사에 대한 시선도 많이 너그러워졌다. 하지만 굴절 수술을 생각하는 환자라면 안경 쓴 안과 의사보다는 “저도 수술받아 보았는데 안전하고 편하고 좋아요”라고 설명해주는 안과 의사에게 한 표 더 주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