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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금지법 4개월…폭언·따돌림 여전
광주 남구 동장 상습 성희롱적 발언…노조 엄중 처벌 촉구
화순전남대병원 노조, 폭언·폭행·가족진료 교수 파면 요구
광주시노동센터 상담 접수 30여건…방지법 실효성 논란
2019년 11월 22일(금) 04:50
일명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광주·전남 곳곳에서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이른바 ‘직장 갑질’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 남구지부는 성명을 내고 “광주시 남구 A동장이 우월적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갑질을 일삼아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직원들에게 수집한 갑질 사례를 보면 지난 9월 동장으로 부임한 A동장은 최근까지 보건 휴가를 쓰는 여직원들에게 “아파서 쉬는 게 아니지?”, “남자들은 못 쉬는데 여성들만 보건 휴가와 돌봄 휴가를 쓴다” 등 부하 여직원들에게만 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몸이 아파 힘들어하는 여직원에게는 4차례 걸쳐 “오늘 그날이라 아프냐”고 말하는가 하면,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힘들 정도의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화순전남대병원에서도 직장 내 갑질 논란이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학교병원지부는 이날 오전 11시 화순전남대병원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언·폭행·갑질·가족진료 특혜를 일삼은 B교수를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B교수는 여성 간호사들에게 “한심하다”, “개념없다”, “멍청하다”는 등 폭언을 일삼고, 의자를 발로 걷어 차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직원들을 향해 의료 기구를 집어 던지거나 팔꿈치로 옆구리를 때리는 등 갑질 행위를 자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직장인들은 상사들의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광주시노동센터에 ‘직장 갑질’을 이유로 상담을 신청한 사람만 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노동센터 관계자는 “접수된 상담 내용 상당수가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을 성희롱하는 것으로 시작됐다”며 “성희롱으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면 부당 전보나 해고, 권고사직으로까지 이어져 신고를 하기 어려웠고 그만큼 고통도 컸다”고 말했다.

이처럼 직장 갑질을 당해도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불이익을 이유로 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해 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소규모 사업장(5인 미만)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뚜렷하지 않다.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회사의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지만, 정작 갑질을 하고 괴롭힌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등 관련법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미선 광주시노동센터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직장 갑질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법 테두리 밖 사각지대에 놓인 직장인들을 위한 강화된 대책과 현실적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