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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전하는 5·18 못다한 이야기
영상 콘텐츠 ‘오월 식탁’ 제작 ‘장동콜렉티브’김소진·이하영 씨
광주 기반 전시·기획·예술 콘텐츠 만드는 독립 큐레이터팀
광주 어머니들 일상 속 음식 만들고 나눠 먹으며 생생한 증언
내년 40주년 요리책 출판 계획…식당 등 오월 음식 발전계획도
2019년 11월 22일(금) 04:50
장동콜렉티브는 유튜브에 오월을 겪었던 할머니들의 레시피가 담긴 요리 영상을 올려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끌어내고 있다. 왼쪽부터 이하영, 김소진씨.
“일상을 지켜준 음식에 담긴 광주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할까. 군복과 총칼, 최루탄, 피 흘리며 민주화를 외치던 열사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5월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팀 ‘장동콜렉티브’로 활동 중인 김소진(24)씨와 이하영(24)씨가 그 주인공. 모두가 피와 총칼을 기억할 때, 이들은 광주의 ‘일상’과 ‘어머니’, 그리고 ‘음식’에 주목했다.

장동콜렉티브는 광주를 기반으로 전시 기획, 예술 콘텐츠 등을 만드는 독립 큐레이터 팀이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 ‘오월 식탁’을 운영 중이다.

지난 2월 첫 문을 연 이 채널에는 설탕국수, 애호박찌개, 제육볶음 등 일상적인 레시피 영상이 올라와 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들 영상에 등장하는 서숙자·장순희·심순자씨 등 ‘어머니’는 80년 당시 광주에서 5·18을 직접 겪었던 이들이다.

“처음에는 광주 할머니들의 손맛이 담긴 요리책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들 이야기를 수집하다 보니 공통적으로 5·18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 분들의 기록되지 않은 역사들이 포함된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오월 식탁’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또 주먹밥으로 대표되는 숭고한 공동체 정신이 부각되는 게 요리이기도 하더라고요.”(김소진)

각 영상은 초청 게스트와 요리에 관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한다. 이어 전해 받은 레시피를 토대로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풀어내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5·18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상에 담을 요리는 특별히 정해지진 않았습니다. ‘요즘 먹는 요리’를 할머니에게 직접 추천받거나, 학창시절 드셨던 요리, 과거 이야기와 연결될 수 있는 요리 등을 영상마다 선택하고 있어요.”(이하영)

영상에 담긴 어머니의 증언은 생생하다. 집에서 해 온 밥을 양푼에 담아 시위대에게 밥을 전달하던 주부들, 호기심에 집 밖을 쳐다보다 총에 맞은 반 친구 등 선명한 그 날의 목소리가 영상을 타고 나온다.

“주변에 있는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가 기획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섭외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 외할머니로 시작했는데, 취지가 좋다 하시며 친구들에게 서로 소개해 주셨어요. 그렇게 할머니의 친구의 친구로 이어져 여러 할머니들을 만나 뵙고 있습니다.”(김소진)

또 영상에서는 출연한 할머니에게 어울리는 꽃다발을 선물하거나, 등장인물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등 독특한 콘셉트도 마련돼 있다.

“처음엔 할머니들이 부담스러워 하셔서 얼굴을 뺐어요. 할머니들이 ‘내가 뭔데 5·18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 ‘누가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냐’ 하시며 자신 없어 하셨거든요. 그런데 영상을 보신 분들은 오히려 얼굴이 안 보이니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자기 이야기를 대입해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김소진)

5·18 40주년을 앞두고 장동콜렉티브는 ‘오월 식탁’에 담긴 레시피를 엮어 요리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다. 또 ‘오월 식탁’ 레시피로 만든 도시락이나 그 음식들을 파는 식당도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오월을 알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둘이서 이것저것 꿈꿔온 것들이 많아요. 지금은 광주의 모든 할머님들을 뵙는 그 날까지 열심히 영상 기록을 남기겠습니다.”(이하영)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