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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남구·서구 수돗물에서 ‘발암물질’ 검출
지난 7~8일 이물질 사태 때 나프탈렌 성분 … 상수도본부 “노후상수도관 코팅막 가루 추정”
광주시, 관련 정보 제공 않고 “끓인 물 마셔라” … 지하철 공사로 유사사고 가능성 ‘노심초사’
2019년 11월 21일(목) 04:50
광주시 남구 봉선동 무등1차아파트 앞 교차로에서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최근 발생한 광주 수돗물 이물질 검출 사고 당시 남구·서구 일부지역에 공급됐던 수돗물에 발암가능물질인 나프탈렌이 미량 포함됐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광주시가 수돗물 이물질 사고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탁도(흐린 정도) 기준치 초과다. 끓인 물만 마셔달라’는 취지로만 설명했다는 점에서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3면>

20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지난 7~8일 남구 주월·월산동, 서구 화정·염주동 일원 이물질 수돗물 사고 당시 채취, 분석한 수돗물에서 나프탈렌이 미량 검출됐다. 나프탈렌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발암가능물질로, 이번에 검출된 나프탈렌 성분은 노후 상수도관 내부 코팅막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프탈렌 함유 농도는 ℓ당 3㎍(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으로 미량이었으나, 수차례에 걸쳐 검출됐다. 당시 분석했던 수돗물에서는 철, 아연, 구리 등 중금속도 일부 검출됐지만 나프탈렌이 검출된 것은 심심찮게 발생하는 ‘수돗물 녹물사고’와는 결을 달리한다는 게 광주시 설명이다.

광주시는 나프탈렌이 발암가능물질이지만 정부가 정한 ‘먹는물 수질기준 60개 항목’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적극 공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질 부적합 판단을 내리고서도 ‘물을 끓이면 나프탈렌이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는 이유로 시민들에게 “끓이지 않은 물은 절대 드시지 마시오”라고만 안내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구·서구 사고와 달리 지난 14일 북구 문흥·풍향동 일원에서 발생한 탁한 수돗물에서는 나프탈렌이 검출되지 않았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미량이긴 하지만 수돗물에서 절대 나와선 안 되는 발암가능물질이 남구·서구 일원 이물질 수돗물 사고 당시 가정 등에 공급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나프탈렌이 수돗물에서 검출된 건 처음으로 (저희도)굉장히 당황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상황이 종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나프탈렌 함유 수돗물 공급 사고는 일단 상황이 마무리됐으나, 해당 물질이 노후 상수도관 내부를 감싼 코팅막 가루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면서 걱정이 더 커지고 있다. 20년 이상된 노후수도관 중 일부는 관 내부 코팅 성분에 나프탈렌이 함유된 것으로 파악된데다, 이번 사고 유발의 원인이 상수도관 노화로 인한 코팅막 이탈과 함께 주변 공사장 진동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광주 상수도관 전체 길이는 3970㎞에 이르며, 이 가운데 20%는 20년 이상 된 노후관이다. 광주에서 앞으로 5년간 지하철 공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유사 사고 재발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것이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수도관 코팅막 성분에 나프탈렌이 함유된 제품은 1980년대 일시 생산되다가 유해성 논란 등으로 생산 중단됐다. 나프탈렌이 발암가능물질로 지정된 것은 2000년대 이후로 알고 있다”며 “지하철공사 업체와 관계기관에 공사 진동을 최소화하도록 해 사고 재발을 막고, 예산이 편성되는 대로 노후 수도관을 조기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