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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도서관, 고정관념을 깨라
2019년 11월 20일(수) 04:50
강원도 영월군에는 매일 밤 ‘두개의 달’ 이 뜬다. 하나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달이고, 다른 하나는 영월군 덕포리의 밤 하늘만 밝히는 달이다. 영월군에 두 개의 달이 뜨게 된 건 ‘월담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면서 부터다. 은은한 달빛 아래 서책을 읽었던 옛 조상들의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도서관의 상징으로 LED 달을 옥외 조형물로 내세운 것이다. 이 때문에 날이 어둑해지는 밤이면 월담 도서관의 ‘존재’는 더욱 강렬해진다.

지난 2014년 개관한 월담 도서관은 지역민들의 문화사랑방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이 부족한 영월군은 영월읍 덕포리에 3억 원의 예산을 들여 단층규모의 아담한 도서관을 건립했다. 메인 공간인 어린이 열람실을 비롯 다목적실 등을 갖춰 1만1000여권의 도서와 수백 개의 DVD 등을 비치했다.

특히 월담도서관은 ‘도서관=정숙’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위해 화려한 색상과 인테리어로 꾸민 열람실에선 팽이놀이 일종인 블레이드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한쪽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도 싫증이 나면 책상에서 일어나 친구들의 놀이에 참여한다.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은 열람실 한켠에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굳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

이처럼 아이와 엄마들의 도서관 나들이가 잦아지면서 아빠들의 일상도 변하기 시작했다. 평소 도서관과 담을 쌓았던(?) 아빠들이 가족을 픽업하기 위해 찾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만 1만4520명이 방문해 1만9440여 권의 도서를 대여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고무된 영월군은 1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상 3층 연면적 953.82㎡로 증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취재차 들른 암스테르담 도서관은 ‘모두의 놀이터’를 보는 듯 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로비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으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즉석에서 공연할 수 있다. 조용해야 할 도서관에 피아노라니. 처음엔 의아스럽지만 도서관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나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도심재생 일환으로 건립된 암스테르담 도서관은 마치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둘러보면서 정보를 탐험하고 일상을 즐기는 ‘인포테인먼트’공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의 매력은 이용객 중심의 쾌적한 분위기다. 어둡고 삭막한 모습 대신 화려한 조명의 쾌적한 인테리어는 근사한 카페가 부럽지 않다. 1층 로비의 에스컬레이터 옆 전시장에는 연중 예술가의 작품이 내걸리고 어린이 열람실에선 동화구연과 마술쇼가 펼쳐진다.

광주시가 서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광주대표도서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19일 ‘국제건축설계공모’에 착수했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상무소각장 부지를 재생시키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로 총 392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약 1만1000㎡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다. 시는 문화적 자산이 확산되고 소각장의 장소성을 반영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고 있다. 시민과 통(通)하고 도시를 빛내는 ‘미래 도서관’의 탄생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