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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방과후 선생님은 아파트 주민들”
[‘주민주도형 돌봄 공모전 대상’ 남구 숲속작은도서관 김진희 관장]
턱없이 부족한 돌봄 시설에
엄마들이 후원금·물품 기증
직접 작은 도서관 꾸며
경력 단절 여성 재능 기부
미술·영어 등 프로그램 다양
2019년 11월 19일(화) 04:50
남구 노대동 ‘숲속 작은 도서관’은 교육 경력자들의 재능 기부로 요리, 영어, 미술, 다문화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맨왼쪽이 김진화 관장.
광주시 남구 노대동 송화마을 LH휴먼시아 아파트 1층에 있는 ‘숲속 작은 도서관’. 운동기구 등 잡동사니가 쌓여 있던 공간을 LH로부터 무상 임대받아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켜 2011년 개관한 곳이다.

‘숲속 작은 도서관’이 14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주최하는 ‘주민주도형 돌봄공동체 우수 사례 공모’에서 대상(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김진화(39) 관장은 “주민들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돌봄의 공간이다”며 “공모전과 우리 도서관의 스토리가 딱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이 도서관은 ‘주민의 힘’만으로 시작했다. 임대아파트 5단지, 분양아파트 4단지가 몰려 있는 이 지역은 방과후 학교 돌보미가 2개 반밖에 없는 등 아이를 위한 시설이 부족했다. 갈 곳이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을 걱정한 엄마들(좋은 엄마들의 모임)이 후원금과 물품을 기증하고, 직접 페인트칠까지 하며 ‘숲속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한때 직장을 다녔던 경력 단절 여성들이 도서관을 찾아와 재능기부와 후원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그랬죠. 유치원에서 13년을 일했는데, 세 아이의 엄마가 되고 이 도서관을 이용하다 자연스럽게 전문 강사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관장까지 맡게 됐어요.”

도서관에는 총 3800여권의 아동용 도서가 소장돼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려가는 공간이 아니다. 전문 강사와 함께 진행되는 요리, 영어, 미술, 다문화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아이들의 공부방이자 놀이터, 쉼터 역할을 겸하고 있다.

6명의 강사진은 전직 영어 교사 등 교육 관련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이다. 10여명이 정원인 각 프로그램은 입소문이 퍼진 덕분에 매일 15~18명의 아이들이 찾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초등생뿐 아니라 유아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도입한 이 도서관에는 매일 50여명의 아이들이 찾아온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 하나를 키우는 한 엄마는 7시에 퇴근해 집에 오는데, 아이 돌보미가 5시에 끝나 곤란해 하셨어요. 우리 도서관이 돌보미 역할을 대신 해 드렸는데, ‘이 도서관 때문에 다른 데로 이사를 못 가겠다’고 하셔서 뭉클했습니다.(웃음) 이 동네는 임대·분양 아파트 단지인 만큼 경제적 여유 되면 떠나고 싶어하는 분이 많아요. 오히려 그 점이 도서관이 계속 있을 수 있는 이유에요.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새로 온 아이들이 계속 찾아오니까요.”

주민들이 세운 이 도서관은 자금을 지원할 운영 주체가 따로 없다. 빠듯한 사업비 지원금으로는 강사들의 수입은커녕 간식비, 재료비조차 부족하다. 그럼에도 도서관을 계속 운영해 공모전 대상까지 수상하게 된 데에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김 관장과 운영진의 열정이 있었다.

“진심이 없으면 아이들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운영진 내에서도 항상 진심으로 아이를 만나자고 다짐해 왔습니다. 앞으로 전문적인 직장으로서 선생님들 모셔올 수 있는 ‘돌봄 전문 도서관’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