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우리 한돈 안전하니 먹어도 ‘돼지’
2019년 11월 14일(목) 04:50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여파로 국내 돼지고기 소비가 줄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ASF에 따른 도살 처분에 가격 부진이 겹치면서 양돈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국산 냉장 삼겹살(중품) 100g당 소매가격은 1753원으로 1년 전(1929원)보다 무려 9.1%나 내렸고 ASF가 국내에 처음 발병한 지난달 16일 가격인 2013원과 비교하면 12.9% 떨어졌다고 한다. ASF 바이러스가 인체에 무해해 국산 돼지고기를 먹어도 괜찮지만 소비자들이 소비를 꺼려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소매가격보다 하락 폭이 컸다고 하는데 그 이유인즉슨 ASF가 추가 발병하지 않아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반면에 소비는 줄어들면서 가격이 깊은 하락세에 빠져 양돈 농가들이 세종시의 농림축산식품부에 몰려가 집회를 벌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서 최근 소비자 52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45.4%가 돼지고기 소비를 작년보다 줄였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10명 중 7명꼴로 안전성이 의심돼 돼지고기 소비를 더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니 이 땅의 양돈 농가들은 사면초가에 처할 지경이다.

하지만 실제 ASF는 돼지과(Suidae) 동물에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가축 전염병이어서 사람이 감염되지는 않으며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먹는 데 불안해 할 이유가 전혀 없다. ASF의 병원체는 DNA 바이러스로, 아스피바이러스속(Asfivirus)에 속하며 24종의 유전형을 가진다.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달리 다른 생명체(숙주)의 세포 안에 들어가야만 증식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무 세포에나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열쇠로 숙주의 세포에 있는 자물쇠를 열어야만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ASF 바이러스의 열쇠는 사람의 세포에 있는 어떤 자물쇠도 열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100여 년간 세계 여러 ASF발병국에서 현재까지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보고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세계동물보건기구(OIE) 및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의 국제 기구도 ASF는 사람 인체에 전혀 위해가 없음을 선포했다.

하물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돼지고기를 굽거나 익히는 조리법이 대부분이다 생선류처럼 날로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구이·찌개·볶음요리 등 고온에서 가열하는 조리법을 주로 이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장부터 수입·유통 단계까지 이중 감시망을 구축하고 유통망과 소독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감염된 돼지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우(杞憂)는 기인지우(杞人之憂)의 준말이다.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 나오는 말로 “기나라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 몸둘 곳이 없음을 걱정한 나머지 침식을 전폐하였다”고 한 데서 유래한 중국의 고사성어다. 이 말의 유래처럼 쓸데없는 괜한 걱정으로 이 땅의 양돈농가들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전 국민이 안전한 돼지고기 소비에 나서 주길 필자는 감히 부탁 드린다. 오늘 식탁에서부터 돼지고기 반찬을 올려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