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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三聽)교육대’
2019년 11월 11일(월) 04:50
“눈보라 치는 연병장을 포복하며/ 원산폭격 쪼그려뛰기 피티체조 선착순/ 처지면 돌리고 쓰러지면 짓밟히고/ 꿈틀대면 각목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내무반을 들어서면/ 한강철교 침상 위에 수류탄 철모 깔고 구르기/ 군화발로 조인트 까져 나뒹굴고… ” 박노해의 ‘삼청교육대’는 80년대 대표적인 인권 유린을 고발한 시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신군부는 사회악을 척결한다는 미명 하에 삼청(三淸)교육대를 운영했다. 전국적으로 6만여 명이 연행됐는데, 경찰서당 수백 명씩 검거하라는 명령이 하달되기도 했다. 잡혀 온 이들 중에는 ‘체불임금 요구하며 농성 중에’ 끌려오거나 ‘노가다 일 나간 어머니 마중길에 불량배로 몰려’ 억울하게 들어 온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순화교육 명목으로 행해진 만행은 정치적 보복과 공포 분위기 조성이 목적이었다. ‘영하 20도의 땅바닥에서 동상 걸려 진물 흐르는 발바닥’으로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벌건 피똥을’ 싸거나 ‘장파열 뇌진탕 질식사로 하나둘 죽어 나가’는 처참한 실상은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악몽과 같은 삼청교육대를 소환한 것은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다. 그는 총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군인권센터 소장을 향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한번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감을 따는 건 공관병 업무’라는 취지의 말을 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영입을 위해 공들였던 ‘귀한 분’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도교(道敎)에서는 ‘삼청’(三淸)을 최고 이상향으로 본다. 신선이 사는 옥청(玉淸)·상청(上淸)·태청(太淸)을 일컫는데 안락한 천국을 상징한다. 그러나 박찬주 씨가 상정한 삼청교육대는 박노해가 절규했던 “힘없는 자들의 철천지한(徹天之恨)이 되살아나 부들부들 치 떨리는 80년 그 겨울”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한때 한국당 영입 1순위이었던 박찬주 씨에게 삼청교육대 입소를 권하고 싶다. 오해 마시라. ‘삼청’(三聽)은 공정의 소리, 민생의 소리, 인권의 소리를 듣는 ‘공감학교’니까.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