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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김숨 지음
2019년 11월 08일(금) 04:50
김숨 작가하면 떠오르는 게 이상문학상(2015년) 수상 소감이다. 김 작가는 당나라 시선 이백의 ‘마부위침’(磨斧爲針) 고사를 언급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노인을 보고 이백이 공부에 정진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녀는 고사 속 노인의 믿음을 자신의 글을 쓰는 믿음으로 삼겠다고 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결기는 무섭다. 김숨 작가의 소설 쓰기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 펴낸 ‘나는 나무를 만들 수 있을까’는 3편의 중단편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책에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중편 ‘뿌리 이야기’를 비롯해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느림에 대하여’를 개작한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1998년 문학동네신인상 당선작 ‘중세의 시간’을 개작한 ‘슬픈 어항’이 실려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의 근간이 ‘뿌리 이야기’에 닿아 있다는 것을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뿌리’에 관한 소설이라는 점이다.

“살리고 싶어, 살려야지…… 혼잣말을 주문처럼 외며 초고 아닌 초고를 완성하고 났을 때 새애 처음 쓴 소설이 ‘뿌리 이야기’와 닿아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등단 후 내가 지금껏 쓴, 쓰고 있는 단편과 장편들이 어디에서 왔고, 오고 있는지 가계도 같은 게 그려지는 것 또한 경험했다.”(‘작가의 말’에서)

‘뿌리 이야기’에서 ‘그’는 자신을 정박하고자 뿌리가 되기를 희원하는 심리가 있다. 또한 ‘그’와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가 등장한다. ‘나’는 어린 시절, 노년에 홀로돼 집으로 들어온 고모할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뿌린 들린’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는 또한 그것을 뽑은 이가 누구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전이된다. <문학동네·1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