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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주목되는 호남 민심
2019년 10월 30일(수) 04:50
내년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호남 유권자들의 고심도 깊어가는 듯하다. 특히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역동성을 잃은 민주당의 모습에 실망감을 보이기도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어 4기 개혁 정권 창출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의 지지는 여전히 과반을 훌쩍 넘고 있다. 하지만 지지의 강도는 예전 같지 않아졌다는 평이다.

지역에서의 민주당 진영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당 독점 구도 속에서 안주하며 오만한 모습마저 보였으니 민심이 부글부글 끓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민주당 일색인 광주의 광역·기초 의회는 각종 구설에 휩싸여 눈총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 광주 북구의회 의원 네 명은 지난달 ‘통영시의회 방문’ 출장을 다녀왔으나, 대부분 관광성 일정만 소화해 ‘허위 출장’ 논란을 빚었다. 또 서구의회는 전·현직 의원들의 친목 모임을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조례를 추진하는가 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광주시당의 자문을 받으라는 규칙을 어기고 해외 연수를 다녀와 물의를 빚었다. 전체 23명의 의원 가운데 22명이 민주당 소속인 광주시의회는 집행부인 광주시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모자라 내년부터 부의장 두 명을 7급 직원이 수행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다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도 주목을 끌 만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로지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듯한 모습이 역력하다. 고공 행진 중인 지지율에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다시 등장하면서 경선 관리에만 올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선의 역학 구도도 기존의 지역위원장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정치적 역동성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호남 민심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 역시 아직까지는 ‘관리 모드’다. 무리하게 변화를 추진하며 호남 민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앙당 핵심 관계자는 “4기 민주·개혁 정부 창출을 위해서라도 내년 총선에서 호남 민심이 민주당을 지지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이낙연 총리가 내년 총선 이전 당으로 복귀하면 호남 민심의 지지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경쟁 구도를 형성해야 할 정치적 대안 세력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 민심이 만들어 냈던 국민의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정치연대, 무소속 등으로 분열됐다. 내년 총선 이전에 제3 지대 신당이 출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연 정치적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3 지대 신당을 추진하는 호남 중진들에 대한 정치적 피로감이 큰 데다 ‘중진 용퇴론’과 ‘세대교체’의 폭풍우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재선 의원들도 판을 다시 짜기에는 정치적 역량이 미약하다는 평가다. 대선 주자급 인사가 제3 지대 신당에 결합하는 등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정치적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래도 내년 총선에서 호남 정치는 실질적 전환기를 맞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을 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호남 정치의 역동성과 미래 비전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호남 민심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묻지 마 지지’가 아닌 정치적 역량과 비전을 토대로 하는 냉철한 선택이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깨어 있는 시민 정신’의 실천이 다시 요구된다.

이는 멀리 있는 것도 혹은 거창한 것도 아니다. 좋은 재목을 찾기 위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 호남 정치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바람을 만들어 내며 한국 정치사를 다시 썼던 호남 민심이 내년 총선 어떠한 전략적 선택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