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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범죄’ 소매치기, 전통시장서 활개
광주지역 현금 사용 많은 노인들 표적 피해 끊이지 않아
소액 현금 슬쩍…신고 드물고 상인들도 손님 줄까 ‘쉬쉬’
2019년 10월 09일(수) 04:50
50대 주부 A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7시께 광주의 한 전통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소매치기 범죄를 당했다. A씨는 장바구니에 달린 앞주머니에 지갑을 넣어놓은 채 야채를 고른 후,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 20만원이 감쪽 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A씨는 바로 전까지만 해도 다른 점포에서 계산을 한 탓에 소매치기 범죄임을 직감하고, 야채 상인에게 하소연 했더니 “사람이 몰릴 때 소매치기가 종종 발생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물건을 고르려고 잠깐 주의가 소홀한 틈에 소매치기 꾼이 지갑 속에 들어있는 돈만 빼갔다”며 “누가 가져갔는지 알기 힘들고 피해액도 얼마 되지 않아 경찰에 신고는 안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라져 경찰 사이에선 ‘추억의 범죄’로 불리는 소매치기가 광주지역 일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통시장은 현금 결제가 많고 이용층의 연령이 높다는 점에서 소매치기 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소매치기는 사실상 사라진 범죄 유형이라며 별다른 단속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일 광주·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광주에서 발생한 소매치기 범죄는 2014년 38건(검거 23명), 2015년 20건(7명), 2016년 5건(1명), 2017년 13건(7명), 2018년 4건(0명), 올해 2건(0명) 등 매년 감소 추세다. 전남에서도 2014년 17건(7명), 2015년 26건(7명), 2016년 23건(5명), 2017년 10건(3명), 2018년 12건(2명), 올해 5건(1명) 등 비슷한 양상이다. 물론 이 수치는 경찰에 접수된 것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소매치기는 증거가 되는 범죄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CC-TV가 사회 곳곳에 설치되고 현금 대신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사실상 사라진 범죄 유형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검찰청 범죄분석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소매치기 발생건수는 1977년 5170건(2660명 검거)에서 1997년 1783건(739명), 2017년 821건(317명) 등 지난 40여 년간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한때 소매치기 전담팀까지 구성했던 일선 경찰에서도 소매치기 범죄를 등한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광주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은 “요즘 소매치기범이 어디 있느냐”며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의 범죄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 사용이 잦고 노인 이용객이 많은 재래시장은 여전히 소매치기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CC-TV 적발을 피하기 위해 단독으로 행동하고, 노인을 대상으로 지갑은 그대로 둔 채 소액의 현금만 슬쩍 빼내가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소매치기 피해를 당하더라도 단시간에 피해사실을 알아채기 힘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애매하다는 게 피해자의 하소연이다.

최근 여러 건의 소매치기 범죄가 발생한 광주 모 전통시장의 경우 시장 내 설치된 CC-TV가 51개에 달하지만, CC-TV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소매치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도 피해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피해액이 소액인 탓에 경찰 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상인들도 소매치기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손님의 줄어들까봐 상인들끼리 쉬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장 상인은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손님이 있지만, 상인들 사이에서 소매치기 이야기를 하면 따돌림을 당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매치기범은 손님이 계산을 할 때 지갑 속 현금을 지켜보고 있다가 대상을 물색한다”며 “가급적 지갑은 옷 안주머니에 넣어두거나 고액은 분산시켜 소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