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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호 편집부국장]지자체 금고는 향토은행이 맡아야
최 재 호
편집부국장·경제부장
지역경제 중추 광주은행
출연금 경쟁은 불공정 게임
2019년 10월 02일(수) 04:50
최재호 편집부국장 경제부장
“시중은행 때문에 못살겠다.” “시중은행이 지방은행 시도 금고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몇 배나 많은 출연금을 어떻게 당해 내겠는가.”

지난 7월 광주은행에서 열린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지방은행장 여섯 명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은행장들은 작심한 듯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고 한다. 시중은행장이 없는 자리여서 그동안 쌓여 온 지방은행의 어려움에 대한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지방은행장들의 가장 큰 불만은 시중은행들이 지방은행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거액의 출연금을 지출하면서 과열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도 지자체 금고 유치 경쟁이 얼마나 많은 협력사업비를 출연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원천 금지키로 했다. 금감원은 시도 금고를 유치할 때 은행별로 동일한 수익성 평가 기준을 적용시키기로 하면서 논의를 하고 있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당장 하반기에 몰려 있는 시도 금고 계약이다. 점수 배점에서 출연금 비중을 낮췄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이를 승패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현재 지자체 금고 유치전에서 누가 더 많은 협력사업비를 내느냐에 따라 지자체들이 금고 사업권을 주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자치단체장들 중에는 ‘광주형 일자리 출연금은 시에 낸 것이지 자치구에 낸 게 아니’라는 등 광주의 선출직 자치단체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말을 하는가 하면 재원 확보를 위해 과도한 출연금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마저 있어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금융의 골목상권’이라 불릴 만큼 지방은행의 어려움은 임계점에 이르렀다. 최근 금융기관은 초저금리 압박, 온라인 금융 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격변에 직면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은행으로서는 소위 ‘죽을 맛’을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중은행은 낮은 금리와 거액의 출연금 등으로 지방 우량 고객 뿐만 아니라 시도 금고까지 공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은행들은 점유율이 떨어지고 운신의 폭도 좁아진다. 금융 당국이 출연금 규제에 나선 것도 이처럼 지방은행의 역할이 축소되고 위축되는 것을 우려한 측면이 크다. 지자체의 금고 운영권은 주로 지방은행들이 맡고 있는데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를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윤 금융감독원장은 “지역밀착형 관계형 금융을 활성화 해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가려내고 지자체 등과 연계해 자금을 공급하는 등 지역경제의 중심적 역할 수행을 부탁한다”고 했다.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향토은행이 맡아 달라고 강조한 것이다. 향토은행인 광주은행의 역할은 크게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방지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관계형 자금 공급 ▲지역민과의 긴밀한 스킨십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요소는 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한 공감과 참여다.

사실 지역은행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극명하다. 광주은행은 최근 광주시 최대 역점 사업인 광주 완성차 위탁생산 공장 합작법인에 3대 주주로 참여해 260억 원의 출연금을 냈다. 이에 반해 시중은행들은 협약서 서명까지 했다가 철회하는 등 투자 의사를 밝혔다가 없었던 것으로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시2금고를 맡고 있는 시중은행은 아예 투자자 명단에도 없다. 외국자본이 포함된 대형 시중은행은 지역 예금을 조달해 역외 유출을 시키는 데다 전국적 대출을 운용하고 있어 지역민과의 스킨십이 어렵다.

이에 비해 지방은행의 경우 우리 지역에서 축적된 돈이 영세 서민과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쓰이며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반세기 동안 동네 앞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있는 광주은행은 시도민의 친근한 이웃이다. 90% 이상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굵직한 지역 개최 국제행사에 공식 후원을 한다. 당기순이익의 10% 이상을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에 환원하는 등 향토은행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이는 어느 시중은행이나 여타 지방은행과도 차별화 되는 것으로 향토은행이라는 자부심과 의지 없이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협력사업비는 메가 뱅크인 시중은행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3년 동안 시군 지자체들의 굵직한 지역 현안 사업들에 당면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주고 이를 수용해 줄 은행은 광주은행뿐이다. 시중은행은 광주·전남만을 생각할 수 없다. 전국 점포의 상황을 고려해 자원 배분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광주은행처럼 크고 작은 지역 현안에 대한 빠른 대처와 ‘올인’이 안된다.

광주은행처럼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등 다른 지방은행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광역시는 지방은행이 1금고를, 도단위 지자체는 농협이 1금고 지방은행이 2금고를 맡고 있다. 각 지자체들이 지방은행을 지역경제의 중심으로 여기고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경쟁은 대학생과 중학생의 불공정 게임이다. 시중은행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금융의 골목상권’에까지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금감원이 출연금 규제를 왜 하려고 하겠는가? 출연금 경쟁을 공정한 게임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 아닌가.

광주시나 전남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이 이러한 불공정 게임을 알면서도 재원 확보라는 작은 이익을 좇아 시중은행을 선정한다면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어떠한 결정이 진정으로 광주·전남을 사랑하고 시도민을 위한 길인지 광주시와 전남도 각 지자체들의 깊은 고민과 지혜가 필요하다.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