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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역사 - 진중권 지음
2019년 09월 20일(금) 04:50
이성이 진리의 근원으로 여겨지면서 철학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감가학의 역사를 야심차게 복원한 책이 출간됐다. 미학자 진중권이 풀어낸 ‘감각의 역사’는 감각의 위상을 복원하고 이후의 후속 연구에 대한 이론적 단초를 제공한다.

저자가 새롭게 선보이는 ‘감각학의 3부작’의 첫 번째로, 예술의 가치와 정의를 관념적으로 정리하는 것을 넘어 미학적 탐구 범주를 사회현상 전체로 확장하려는 기획에서 태동했다.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창비 블로그에 ‘다섯가지 감각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36회에 걸쳐 연재한 글들이 책의 근간이 됐다.

저자는 예술과 미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탐구하는 관념적 학문으로 협소해진 미학을 감각지각, 즉 아이스테시스(Aisthesis)에 대한 학문인 감각학(Aisthetik)으로 확장하자는 독일 미학자 게르노트 뵈메의 제안을 수용한다. 나아가 뵈메 미학의 바탕을 이루는 현상학의 개념도구를 다루는 데 머물지 않고 다소 낯설었던 고중세의 이론과 아랍의 광학, 콩디야크 같은 비주류 철학자의 이론, 감각의 부활을 선언하는 들뢰즈의 급진적인 현대미학까지 인류가 전개한 감성연구의 역사를 두루 살폈다.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인간의 몸과 감각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감각체험을 온전히 기술하려는 다양한 철학적 지도를 두루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여러 철학자들을 불러내고 그들의 논의를 풍부한 인용에 간결한 설명을 붙여 상세히 소개한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근대철학자의 사유실험이 오늘날 인공지능 딥러닝을 통해 하나의 유사인격으로 진화해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창비·2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