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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문화전당은 안녕하신가?
2019년 09월 18일(수) 04:50
지난 여름, 부산 해운대는 평일인데도 수많은 인파로 활기가 넘쳤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변인 만큼 연중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이날은 유독 외국인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일부 단체 여행객들은 목좋은 곳에 자리한 ‘HAEUNDAE’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에 바빴다.

비단 해운대 만이 아니었다. 1박2일동안 취재차 둘러본 부산 도심의 주요 명소들은 관광객들로 특수를 누리고 있었다. 그중에서 눈길을 끈 건 대형 플래카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한무리의 외국인들이었다.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직업적 호기심이 발동해 가까이 다가가니 오는 11월25~27일까지 부산벡스코와 누리마루 APEC에서 열리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홍보하는 현수막이었다. 아마도 이 행사를 준비하는 각국의 실무팀이 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듯 보였다.

순간, 정부의 최대 국제행사로 불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개최지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인 광주가 아닌 부산이라는 게 조금은 의아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솔직히 많이 아쉬웠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소식을 다시 접하게 된 건 추석 연휴, TV뉴스에서였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찾아 추석 다음날 해운대에 있는 ‘아세안문화원’을 깜짝 방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문화원 관계자들로부터 개막 2개월여 앞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준비상황을 보고 받으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번 대통령 방문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부연 설명도 내놓았다. 뉴스가 끝나자 지난번 부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새삼 기분이 묘했다. 왜 이런 빅 이벤트가 정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에서 열리지 않는 것일까.

물론 아시아와 관련된 모든 대형 행사들이 광주에서만 개최돼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개관 3주년을 맞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등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실을 감안하면 마음이 불편한 게 사실이다. 게다가 지난 2017년 해운대에 문을 연 아세안문화원의 경우 다문화 관련 전시와 문화체험시설, 정보센터, 공연장, 연구시설 등 상당부분이 전당의 기능과 중복됐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당시 서울과 광주의 문화전문가들이 아세안문화원 설립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겠는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광주의 미래가 담긴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전당 개관 이외에 피부로 와닿는 효과와 시너지는 여전히 느끼기 힘들다. 옛 전남도청 별관 복원 논란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한 지역의 책임도 있지만 전당장 공석, 지역사회와의 불통 등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최근 문체부 제1차관 직속의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이 발족해 전당의 정상화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젠 문화수도의 위상에 걸맞은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더 이상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타이틀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으려면.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