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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수 편집부국장·전남본부장] 아파트가 랜드마크인 도시, 광주
2019년 09월 04일(수) 04:50
#2014년 국정감사 과정에서 전국 임대 사업자 순위가 드러났다.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광주에 사는 60대로 2312채를 갖고 있었다. 2위도 50대 광주 남자로 2062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임대 사업자 순위가 보도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광주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 씨는 2000년 광주 봉선동 13평 아파트를 2000만 원에 경매로 받았다. 여동생이 임대로 살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자 어쩔 수 없이 받았는데 이것이 효자가 됐다. 그 사이 아파트 가격은 네 배나 올랐고 지금까지 매달 임대료로 30만 원을 받고 있다.

‘아파트 도시’ 광주의 주택 시장 특성이 잘 드러나는 사례들이다. 극단적인 예라고도 할 수 있지만 광주에서는 아파트가 짭짤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주택보급률 105%,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80%로 전국 1위라는 통계만 믿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은 자고 나면 오르는 아파트 값 때문에 월급만 모아서는 새 집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러는 사이 건설업체와 임대 사업자들은 62%에 머물고 있는 자가 보급률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대 수익률을 믿고 아파트 공급을 쏟아 내고 임대주택을 사 모아 재미를 봤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 비중은 광주가 65.5%로 세종시(7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세종시야 행정수도로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사실상 광주시가 가장 높은 셈이다. 광주를 처음 방문하는 외지인들은 유독 아파트가 많다고 지적하곤 하는데 빈말이 아니다. 광주에서 가장 높은 48층 건물이 주상복합아파트인 것을 두고 “광주의 랜드마크가 아파트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광주가 아파트 도시가 된 데는 건설사들의 치밀한 공급 전략이 자치단체의 요구와 맞아떨어진 측면이 강하다. 건설사들은 2006년 수완지구 미분양 후폭풍으로 6~7년간 아파트 공급이 끊기면서 신규 아파트 수요가 일자 분양가를 올려 공급에 나섰고 광주시와 구청은 노후 주택 문제 해결과 인구 유입 효과를 내세워 재개발과 재건축을 무분별하게 인가했다. 여기에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도권의 투기 자금까지 가세했다.

건설사들은 지난 4년 동안 광주에 3만7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고 앞으로 3년 내에 4만여 가구를 쏟아 낼 예정이다. 광주 계림8구역 4057가구를 비롯해 도심 4㎞ 이내 19곳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으로 2022년까지 3만300여 가구가 공급되고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도 1만 가구가 나온다.

단순히 공급이 많다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건설사의 고분양가를 자치단체가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지난 5~6월 한 달 사이에만 3.3㎡당 최고가 분양가가 1632만 원(화정동)→2367만 원(농성동)→2375만 원(봉선동)으로 세 번이나 경신됐다. 그 과정에서 자치단체들은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분양가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심지어 광주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민간공원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의 고분양가와 용적률 상향 요구까지 수용해 논란을 낳고 있다.

과도한 물량 공급과 고분양가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고분양가는 인근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려 주택 양극화를 초래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량이 늘어나면 노후 아파트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 아파트가 될 공산이 크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벌써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2014년 전국 최다 주택 소유자였던 광주의 그 60대는 531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이미 처분했다. 건설업체들도 올해를 분양 열기 끝물로 보고 막차를 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치 ‘폭탄 돌리기’를 보는 듯하다.

그동안 고수익을 추구하는 건설사를 제어하지 못한 자치단체는 이제부터라도 시민들의 입장에서 주택 정책을 펴야 한다. 폭탄이 터지면 선량한 시민들만 다칠 게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