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예술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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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K씨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광주를 방문하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2005년 10월~2008년 9월 재임)의 동선을 짜는 데 필요하다며 궁동 ‘예술의 거리’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예술의 거리에서 꼭 봐야할 명소들과 사람들이 많아 피해야 할 곳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2박3일간의 빠듯한 일정에 굳이 예술의 거리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예향 광주의 ‘뿌리’를 보고 싶다는 대사의 바람때문이라고 했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늘 사람들로 넘쳐나는 ‘서울의 인사동’을 기대한 미 대사의 환상을 깨뜨릴지 모른다는 걱정에서였다. ‘예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적이 드문 데다 저녁 6시 이후에는 일찍 문닫는 상가들이 많아 ‘불꺼진 거리’로 변하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당시 유일하게 전시회를 열고 있던 N갤러리와 한 서예가의 작업실을 추천했다. 이후 버시바우 대사는 짧은 일정에도 짬을 내 예술의 거리의 ‘추천코스’를 둘러 본 후 서울로 떠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궁금한 게 있다. 과연 버시바우 대사가 쇠락한 예술의 거리를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거다.
새삼스럽게 아주 오래전 일을 끄집어 낸건 엊그제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2019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8월5~18일)기간이었던 지난 15일 오후, 예술의 거리를 지나던 중 벽안의 중년 부부가 눈에 띄었다. 마스터즈대회의 출입증을 패용한 것으로 보아 참가선수이거나 관계자인 듯 했다.
택시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예술의 거리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을 반겨주는 문화공간들이 적었다. 대신 거리 양쪽에 주차된 차량들과 굳게 잠긴 가게들로 적막감이 흘렀다. 그나마 문을 연 곳은 1~2개 골동품 가게와 표구상 뿐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광복절 휴일로 셔터를 내린 곳이 많았던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나부끼는 수많은 수영선수권대회 기념 전시회와 문화이벤트 현수막이 공허해 보였다.
지난 18일 2019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 대회가 14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광주는 세계 메가 5대 스포츠이벤트로 불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마스터즈 대회에 맞춰 다양한 문화행사를 내걸고 대회특수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행스럽게도 여름휴가시즌과 두 수영대회가 동시에 열린 덕분에 백화점과 숙박시설, 관광명소는 적지 않은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일부 미술관과 공연장, 예술의 거리 등 문화현장은 ‘손발’이 맞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저녁시간대의 상설 콘텐츠가 부족해 수영대회 참가자들을 미술관이나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대회 기간이라도 밤 시간대의 관람객을 겨냥해 개관시간을 연장한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거의 없었다. 휴일이라는 이유로 대회기간 셔터를 내린 예술의 거리 처럼. 그날, 허탕을 치고 숙소로 돌아갔을 부부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문화수도라는 화려한 치장속에 감춰진 민낯을 들킨 것 같아서.
택시에서 내린 두 사람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예술의 거리를 기웃거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을 반겨주는 문화공간들이 적었다. 대신 거리 양쪽에 주차된 차량들과 굳게 잠긴 가게들로 적막감이 흘렀다. 그나마 문을 연 곳은 1~2개 골동품 가게와 표구상 뿐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광복절 휴일로 셔터를 내린 곳이 많았던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들의 머리 위로 나부끼는 수많은 수영선수권대회 기념 전시회와 문화이벤트 현수막이 공허해 보였다.
지난 18일 2019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 대회가 14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광주는 세계 메가 5대 스포츠이벤트로 불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마스터즈 대회에 맞춰 다양한 문화행사를 내걸고 대회특수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행스럽게도 여름휴가시즌과 두 수영대회가 동시에 열린 덕분에 백화점과 숙박시설, 관광명소는 적지 않은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일부 미술관과 공연장, 예술의 거리 등 문화현장은 ‘손발’이 맞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저녁시간대의 상설 콘텐츠가 부족해 수영대회 참가자들을 미술관이나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대회 기간이라도 밤 시간대의 관람객을 겨냥해 개관시간을 연장한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거의 없었다. 휴일이라는 이유로 대회기간 셔터를 내린 예술의 거리 처럼. 그날, 허탕을 치고 숙소로 돌아갔을 부부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문화수도라는 화려한 치장속에 감춰진 민낯을 들킨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