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짱뚱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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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맛있는 이야기'] 짱뚱어탕
2019년 07월 25일(목) 04:50
짱뚱어. 이름과 생김새는 물론 생물학적 특징과 생활양식, 심지어는 잡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독특한 생선이다. 우선 된소리가 이어지는 명칭 자체가 한 번만 들어도 머리에 쏙 들어온다. 이걸 순화한답시고 ‘장둥어’라 점잖게 불렀다가는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

유난히 큰 머리 위에 두 눈이 툭 불거져 있고 생김새나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크고 화려한 등지느러미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뭔가 좀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한마디로 괴상하게 생긴 녀석이다. ‘자산어보’에서는 눈이 튀어나온 모양을 두고 볼록할 ‘철’자와 눈 ‘목’자를 써서 철목어라 불렀다.

공기호흡을 할 수 있어 아가미는 물론이고 폐로도 숨을 쉰다. 그래서 썰물 때면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갯벌을 헤집고 다니며 먹이 사냥을 한다. 때로는 꼬리 힘을 이용해 상당한 높이로 도약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유혹하는 행위다. 이런 습성 탓에 햇볕을 많이 쪼이며 자란 짱뚱어는 비린내가 나지 않아 탕이나 전골로 끓이기에 그만이다. 여름철 갯벌에 나가면 짱뚱어의 기행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소리에 민감한 짱뚱어는 갯벌에 나와 머리를 쳐들고 있다가도, 다가가면 순식간에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기므로 여간해선 잡기 어렵다. 긴 낚싯줄에 추와 바늘을 달아 짱뚱어가 뛰어다니는 지점에 정확히 낚시바늘을 떨어뜨려 채 올리는데 이를 ‘훌치기’라고 한다. 뻘배를 타고 다니며 노련하게 짱뚱어를 낚아채는 모습은 순천·강진 그리고 신안 증도 등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물이기도 하다.

짱뚱어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는 과거 영암군 삼호면 갯벌이 유명했지만 방조제가 생기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요즘은 여수·순천·보성·강진·해남 등 바닷가에서 주로 잡힌다. 한때는 돼지 먹이로 줄 만큼 흔하게 잡혔으나, 곳곳의 방조제 공사와 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청정 갯벌에서만 사는 짱뚱어는 인공 양식도 되지 않는다. 2011년 처음으로 전남해양수산과학원에서 인공종묘에 성공한 이후, 가끔 어린 짱뚱어를 대량으로 방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먹는 짱뚱어는 모두가 자연산이고 따라서 산지가 아니면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생선이다.

부산 출신인 나는 10여 년쯤 전 짱뚱어탕을 처음 맛봤다. 순천의 대표 보양 음식이지만 1980년대가 되어서야 언론을 통해 그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었다. 유별난 이름에 이끌려 시켰다가 순식간에 매료된 음식이다.

짱뚱어탕은 겉으로 봐서는 추어탕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몸통은 으깨졌으니 분간할 수 없고, 시래기·숙주·애호박·토란대 등 내용물 또한 비슷하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그리고 방앗잎이나 재피가루를 고명으로 올리는 것 또한 추어탕과 동일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맛에서 차이가 난다. 짱뚱어는 그 생김새와는 달리 의외로 고급스럽고 조신한 맛이다. 심지어는 약간 밋밋한 맛 때문에 처음에는 갸우뚱하게 된다. 하지만 바닷고기 특유의 시원함 때문에 자꾸만 숟가락을 담그고 만다. 약간의 들깨와 된장이 사용되지만 그렇다고 시원함이 주눅들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안단테’ 정도의 속도로 손이 움직이지만 개운함 속에 감춰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순간, 손의 움직임은 ‘알레그로’ 정도로 빨라진다. 그러다 보면 인기척에 놀라 개펄로 숨어드는 짱뚱어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탕 한 그릇을 비우고 만다. 전날 술이라도 마신 경우라면, 땀은 비 오듯 쏟아지는데 속은 점점 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비린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먹은 후에도 뭘 먹었는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다.

이맘때 남도를 찾으면 짱뚱어탕과 함께 상에 오르는 반찬이 있다. 칠게로 담근 게장이다. 전라도의 어부들은 갯벌에서 잡은 게는 찔룩게, 바위틈에서 잡은 게는 똘짱게로 구분하기도 한다. 튀겨 먹거나 졸여 먹거나 게장을 담그는 칠게는 갯벌이 주는 숨은 별미로 남도의 상차림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게 한 마리를 통째로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으면 갯내음이 입안 가득 퍼진다. 짜지 않고 심심한 것이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게 향이 녹아난 국물을 슬쩍 부어 밥을 비비면 이 또한 별미다. 몸이 허해지는 여름철을 짱뚱어탕과 칠게장 조합으로 이겨 낸 선조들의 지혜가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짱뚱어와 칠게를 생각하니 불현듯 서글퍼진다. 짱뚱어가 무시로 뛰어오르고 칠게 떼가 군무를 추는 여름 갯벌을 우리는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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