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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벨 시대, 문화관광을 키우자 <8> 독일 슈투트가르트
미술·건축·공연… 모든 길은 이곳으로 통한다
관광1번지 ‘슐로스 플라츠’
18세기 바로크 양식 궁전 감동
거장컬렉션 다수 소장 ‘시립미술관’
전통·현대-예술·건축 환상 조합
지식놀이터·문화쉼터 ‘공공도서관’
정육면체외벽에 ‘한글도서관’ 눈길
2019년 07월 15일(월) 04:50
















오랫동안 와인과 자동차의 도시로 불렸던 슈투트가르트는 일년 내내 명품 기획전과 축제가 펼쳐지는 문화도시로 자리잡았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들어온 노동자들의 보금자리였던 바이센호프(Wiesenhofsiedlung) 주거단지는 모던 건축의 메카로 변신했고 로마의 판테온에서 영감을 얻은 공공도서관은 ‘죽기전에 가봐야 할 건축물’로 떠올랐다. 중세시대 예술품의 보고였던 박물관은 현대미술과 공존하는 ‘올드 & 뉴’의 색다른 건축물로, 벤츠와 포르세 공장은 자동차 도시의 정체성과 미래를 담은 박물관으로 글로벌 랜드마크가 됐다. 말 그대로 슈투트가르트는 도시 전체가 관광객들을 빨아들이는 역동적인 관광지다.



지난달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고속열차 ICE를 타고 1시간 40분을 달리자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 닿았다. 독일 남서부의 바텐뷔르템베르크주의 주도인 슈투트가르트는 인구 62만 명의 도시로 우리에겐 발레리나 강수진(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씨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30년간 활동했던 인연으로 친숙한 곳이다.

하지만 첫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유럽의 기상이변으로 한낮 온도가 38도를 넘은 데다 기차선로 지하화 및 교외지구 대규모 건설사업인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로 어수선했다. 특히 중앙역에서 광장으로 이어지는 도심 곳곳은 온통 ‘공사중’이었다. 지난 2010년 첫삽을 뜬 ‘슈투트가르트 21’는 기존 선로를 철거한 대신 새로운 철도 노선을 신설하고 철거된 철도시설의 약 100ha를 시민들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46억 유로(5조7000억 원)의 막대한 예산과 공정을 들여 관광객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유럽의 교통허브로 거듭난다는 비전이다.

그도 그럴것이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도서관, 건축물 등 풍부한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한 관광수익이 슈투트가르트의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슈투트가르트 관광청이 발표한 통계가 이를 잘 뒷받침한다. 1995년 관광객들의 숙박 통계(Overnight Stays)가 155만3727일이었던 데 반해 지난해는 391만1781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아민 델린츠(Armin Dellnitz) 슈투트가르트 관광청 대표는 “슈투트가르트 관광산업은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시립미술관의 블록버스터 기획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공연이 예정된 여름 휴가시즌에는 관광객수가 최고 13.9%나 껑충 뛴다”면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끌어 들이기 위해 시 관광전략도 도시에 체류하게 하거나 재방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근래 슈투트가르트의 관광객들은 미술·건축·공연 등 다양한 문화 관련 콘텐츠를 즐겨 찾는다. 대표적인 예가 슐로스 플라츠(Schlossplatz)이다. 시민들에게는 최고의 만남의 장소이기도 한 슐로스 플라츠(광장)은 ‘모든 길은 이곳으로 통한다’고 할 만큼 슈투트가르트의 관광1번지다. 특히 슈투트가르트 건축 양식의 아름다운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궁전과 건물들은 여행객에게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다. 18세기 바로크 양식의 노이에 슐로스(Neues Schloss)궁전을 품고 있는 광장의 잔디밭에는 책을 읽거나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광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아데나우너 거리에 자리한 슈투트가르트 시립미술관은 전통과 현대, 예술과 건축의 환상적인 조합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15세기 뷔르템베르크 왕국의 수도였던 슈트트가르트는 1843년 이 자리에 17~19세기 컬렉션을 전시하는 미술관(구관)을 개관했다. 하지만 시립미술관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지난 2002년 모습을 드러낸 신(新)관 덕분이다. 1984년 3월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제임스 스털링은 기존 건축물(구관)과의 조화를 고려한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였다. 구관의 U자 형태와 비슷한 평면설계로 자연광을 끌어 들이고 파이프관을 연상케 하는 굵직한 통로를 통해 신관과 구관을 연결한 것이다.

모던한 건축미학을 보여주는 신관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수파, 다리파, 청기사파, 입체파를 비롯해 독일 표현주의 예술품, 20세기 추상주의의 거장 칸딘스키 컬렉션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독일출신의 화가 게오그르 바젤리츠, 게르하르트 리히터, 지그마르 폴케, 안젤름 키퍼의 1960년대 작품 100점을 선보인 ‘4대 거장전’(The Early Years of the old Masters-Baselitz·Richter·Polke·Kiefer·4월12일~8월18일)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50만 여 명이 다녀갔으며 전시회가 끝난 이후에는 함부르크 순회전이 예정돼 있다.

1919년 설립된 바우하우스는 근대건축의 형성에서 요람 역할을 수행했던 곳으로 1927년 슈투트가르트 북쪽 언덕(3000평)에 자리한 33동의 바이센호프 주거단지는 건축혁명이 태동한 발상지다. ‘인간을 위한 건축’으로 유명한 르 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 미스 판 데어 로에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이곳에서 당시 전통적인 주택 개념에서 벗어난 단순한 형태와 기법으로 건립해 새로운 주거양식의 미학을 선보였다. 그 결과 슈투트가르트의 문화재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건축가들을 설레이게 하는 벤치마킹현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오페라 하우스와 주립극장도 발레, 오페라, 교향악단의 공연을 즐기는 문화애호가들의 ‘넘버 원’ 여행지이다. 세계5대 발레단 가운데 하나인 슈투트가르트와 오페라 하우스는 수준높은 공연과 기획으로 전 세계에 고정팬을 거느리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자리한 시립도서관은 근래 시민들의 지식놀이터이자 여행객들의 문화쉼터로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무려 7900만 유로(약 119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도서관의 설계자는 한국 출신 재독건축가 이은영씨. 지난 1999년 슈투트가르트 시에서 주관한 설계 공모전에서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235편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1등에 당선돼 화제를 모았었다. 정육면체의 8층 흰색 건물인 도서관 외벽에는 영어, 독일어, 아랍어 외에 한글로 ‘도서관’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내걸려 있다. .

건물이 주인이 아닌 책과 사람이 주인공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로마의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도서관은 순백톤의 열린 내부 설계가 인상적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명상의 사원이나 미술관의 전시장에 온 듯 하다.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으로 부터 ‘독일에서 가장 멋있는 도서관’으로 소개된 데 이어 CNN이 ‘가장 아름다운 7대 도서관’으로 선정한 후광 덕분에 매년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슈투트가르트=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