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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주 여성 절반가량이 맞고 산다는데
2019년 07월 10일(수) 04:50
베트남 출신 여성이 한국인 남편의 무차별 폭력에 노출된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영상에는 30대 남편이 부인을 주먹과 발, 또는 소주병으로 마구 때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옆에는 두 살배기 아들이 울면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피해 여성은 “남편에게 하도 맞아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영암 경찰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의 한국말이 서툴러서 폭행했다”고 한다. 기가 막힐 일이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분개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엄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관련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 나가면서 베트남 현지에서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이번만이 아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의하면 2007년부터 10년간 폭행 등으로 사망한 결혼 이민 여성이 19명이나 됐다고 한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결혼 이주민의 안정적 체류 보장을 위한 실태조사’를 봐도 이주 여성 920명 가운데 42.1%가 “가정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 즉 절반가량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가정폭력을 당한 뒤 도움을 요청했는지 묻는 항목에선 ‘안 했다’는 응답이 31.7%나 됐다. 이들이 신고를 꺼리는 것은 배우자의 영향력 때문이다. 아직도 국적 취득, 비자 연장, 영주권 신청 등을 할 때 한국인 남편의 ‘신원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적과 인종·피부색에 따라 인권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우리도 이미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만큼 이주 여성들을 보듬고 껴안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엇보다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피해자들이 신고해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시스템과 안전망을 촘촘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