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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규 법률사무소 소통 변호사] 민법 체벌 조항 개정 추진과 여론 조사
2019년 06월 03일(월) 04:50
최근 정부는 부모의 자녀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현행 민법 제915조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를 보면, ‘자녀를 가르치다 보면 현실적으로 체벌이 불가피하므로 반대한다’는 반대 응답이 47%, ‘심각해지고 있는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찬성한다’는 찬성 응답은 44.3%로,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추측하건대 위 여론조사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민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응답자의 대부분은 자녀를 가르치다 보면 현실적으로 체벌이 불가피하므로 민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응답자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즉, 필자 주변의 아동 학대의 근절을 위해 민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식의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적으로 아이에 대한 체벌을 하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그 대부분은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과 아동의 인권의 조화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체벌은 가능하나 민법으로 이를 규정하여 두면서까지 체벌의 정당성을 확보해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위 여론조사의 찬성과 반대 입장은 ‘민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 상이할 뿐 “최소한의 처벌마저 부정하지 않는다”는 견해에 있어서는 동일한 것이라고 사료된다.

또한 필자가 알기로는, 정부가 민법을 개정하여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겠다는 의도도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으로, 부모가 자녀에게 손조차 댈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며, 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권리를 박탈하거나 극히 협소하게 인정하여 아동의 인권과 부모의 자녀 교육권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위 여론조사의 찬성과 반대 의견은 결국 “필요한 최소한의 처벌마저 부정하지 않는다”는 공통의 견해 하에, 민법 규정을 개정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견해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현 상황에서 굳이 민법 규정을 개정을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정부는 민법 처벌 조항 개정 추진과 관련하여 어떤 상황에서 어떤 내용과 절차에 따른 ‘체벌’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다. 지난하리라 예상되는 토론과 여론 수렴 절차 그 자체를 통해 체벌에 대한 국민 인식의 개선이나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부모의 아동 학대가 심각해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체벌을 허용하는 민법 규정 때문만은 아니며, 민법 개정이 체벌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선언적인 방법에 불과한 것이라고 한다면, 체벌과 아동 학대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적절한 예방과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실효적인 체계를 갖추는 것이 민법 개정 추진 보다 절실하다고 사료된다.

일례로 예비 부모 및 새내기 부모들을 대상으로 출산과 양육, 아동 학대 예방을 포함한 부모 역할에 대한 의무 교육 제도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