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정의 민낯 드러낸 ‘아트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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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정의 민낯 드러낸 ‘아트광주’
2019년 05월 29일(수) 00:00
지난 21일 서울 중구의 한식당에서는 ‘아트부산 2019’(30일~6월2일)을 홍보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를 주관한 이는 손영희 (사)아트쇼부산 대표. 개막을 10여 일 앞두고 서울지역의 미술담당기자들을 대상으로 아트페어의 일정과 규모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아트부산이 서울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건 전국구 행사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아트부산이 지난해 거둔 판매액은 150억 원. 관람객도 6만명으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아트페어 평가’에서 한국화랑협회의 KIAF와 공동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아트부산이 불과 8년만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발돋움한 데에는 1회 대회부터 운영해온 손 대표의 열정과 노하우가 있었다. 2012년 아트쇼부산으로 시작한 아트페어는 2015년 명칭을 ‘아트부산’으로 바꾸고 제 2의 출발을 선언했다.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를 롤모델로 휴양과 예술이 어우러진 차별화를 내세워 부산지역 유명 호텔, 레스토랑, 클럽과 제휴를 맺고 VIP 대상 특별할인 혜택전략을 펼쳤다. 또한 전 세계 최상위 미술품 컬렉터 3000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온라인 미디어 ‘래리스 리스트(Larry’s List)’와 손잡고 홍콩 등 각국 VIP 컬렉터등을 겨냥한 ‘스페셜리스트 투어’를 펼쳐 ‘아트부산에서는 작품이 팔린다’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중앙지에서 아트부산의 홍보 기사를 접하던 날, 오는 9월19일 개막 예정인 ‘2019 아트광주’의 비보(?)를 들었다. 개막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아트광주의 주관단체를 다시 뽑는다는 재공고가 광주시청 홈페이지에 뜬 것이다. 올해 아트광주 10주년을 기념해 예년 보다 두세 달 빠른 지난 2월 광주미술협회를 주관단체로 선정한 광주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정은 이렇다. 최근 광주미술협회의 보조금 부실 정산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주관단체를 새로 뽑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비리단체에는 국비지원을 할 수 없는 보조금 지급 규정으로 정부로 부터 1억 7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된 것. 광주시 조례에도 비리에 연루된 단체는 3년간 시 공모사업을 위탁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시는 개최시기를 당초 9월에서 12월중으로 변경하며 재공모에 나섰지만 적격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아트광주의 ‘파행’은 문화행정의 일그러진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다. 광주미협은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아트페어를 위탁운영하며 보조금 부실 정산 논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올해 주관사를 선정할 당시 광주미협의 자격을 둘러싼 시비가 일었지만 시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밀어부쳤다. 말하자면 ‘무죄로 판결날 수 있는’ 50%의 확률을 믿고 수억 원의 공모사업을 진행한 셈이다. 문화수도를 자처하는 광주에서 어떻게 이런 후진적인 행정이 가능한 지 그저 놀랍다. 무엇보다 9월 아트페어 일정에 맞춰 ‘광주행’을 준비해온 국내외 화랑들에게 뭐라고 해명할지 궁금하다. /제작국장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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