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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밝힌 ‘진실’… 못 끊은 ‘왜곡’
진상규명조사위 정쟁 휘말리고 극우 단체 폄훼 기승
‘광주 정신’으로 분열·갈등 넘어 국민통합 힘 모아야
2019년 05월 17일(금) 00:00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민주열사들을 추모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 민주화운동이 올해로 39년이 됐다. 한국 민주주의를 이끌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국가폭력에 의한 감춰진 진실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39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도 각종 문서와 증언 등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정치권이 약속했던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구성은 ‘정쟁’에 휘말려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촛불 혁명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5·18 진상규명 등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일부 정치권과 극우 성향 인사 및 단체들의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 시도가 더욱 기승을 부리며 도(度)를 넘어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자유연대 등 몇몇 보수 표방 단체가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광주를 방문하기로 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5·18 역사 왜곡으로 예민해진 광주 시민들을 비롯해 5·18 기념식 전야제와 기념행사 등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타지역 추모객들과 황 대표 일행 및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 간의 충돌 등이 우려돼서다.

황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국가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 정치권과 5월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태도 때문이다. 5·18 진상규명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제정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자유한국당의 ‘어깃장’으로 진상규명위원 구성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5·18 망원 의원들의 징계와 5·18 왜곡 처벌법 제정 등 5·18 관련 3대 현안도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인해 국회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황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을 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게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전례가 없었던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의 금남로 집회 예고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이는 자극적인 집회를 통해 광주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광주의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보수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80년 5월, 잔인하고 처참한 국가 폭력 속에서도 나눔과 연대를 통해 ‘대동 세상’을 만들어 낸 광주 시민들은 올해도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80년 이후 서슬퍼런 군부독재 아래서도 다른 지역과 연대해 국가폭력을 폭로하고 감춰진 진실을 밝히면서 한국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광주 정신’을 또 한 번 보여 줄 때가 된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30여 년의 노력 끝에 이뤄낸 ‘5·18의 전국화·세계화’가 일부 보수 정치인들과 보수 단체의 정치적 의도에 이용되서는 안 된다”면서 “현명하고 냉철하게 행동하면서, 국민통합을 통해 진상규명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황 대표는 5·18 왜곡·폄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상규명에 대한 협조 약속은 반드시 해야한다”면서도 “광주시민들은 충돌 대신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이날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5·18민주화운동 39주기를 맞아 성명을 발표하고 “이성적 판단과 절제된 언행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하고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분열과 갈등을 뛰어넘어 국민통합으로, 배타성을 뛰어넘어 상대를 안아내는 포용성으로, 울분과 분노를 뛰어넘어 승리와 희망의 역사로 세워나가자”고 호소했다.

/최권일 기자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