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동남풍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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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완 원불교 농성교당 교무] 동남풍의 주인
2019년 03월 29일(금) 00:00
지난겨울 서북풍의 매서움을 피해 겨울잠을 자던 뭇 생명들이 동남풍의 바람을 따라 긴 동면에서 깨어나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에 꽃샘추위는 우리들의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이 추위가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1차 북미 정상 회담 후의 8개월간의 치열한 물밑 접촉에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이 공동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한 채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꽃샘추위보다 더 우리들의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하지만 동남풍의 봄기운을 따라 멀지 않는 시절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된 조국의 모습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는 “무릇 천지에는 동남과 서북의 바람이 있고 세상에는 도덕과 법률의 바람이 있나니, 도덕은 곧 동남풍이요 법률은 곧 서북풍이라, 이 두 바람이 한 가지 세상을 다스리는 강령이 되는 바, 서북풍은 상벌을 주재하는 법률가에서 담당하였거니와 동남풍은 교화를 주재하는 도가에서 직접 담당하였나니, 그대들은 마땅히 동남풍 불리는 법을 잘 배워서 천지의 상생상화(相生相和)하는 도를 널리 실행하여야 할 것이니라.”고 하셨다.

이제 우리들이 사는 세상은 인류가 한 가족이다. 열린 세상이다. 이 열린 공간에서 마음이 큰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다. 동남풍을 불게 하는 사람과 국가가 가정과 사회의 주인이 되고 세계의 질서를 향도할 것이다.

우리는 동남풍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심화(心和) 기화(氣和)하여 실천궁행하여야 한다. 벼화(禾)와 입구(口)가 합쳐진 화(和)의 의미는 ‘쌀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으로, 온화하고 화목한 상태를 나타낸다. 인간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화(和)이다. 또한 색이나 음이 잘 조화되어(harmonized) 부딪침이 없는 아름다운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원효 대사는 상대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화(和)라고 했다. 이는 모든 것이 똑같은 모습이 되는 획일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즉 서로 다른 다수가 서로의 차이를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루어서 이상적인 상태나 형상을 이루는 것을 가리킨다.

화(和)를 통해서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합창은 각 파트의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한 분야의 음이 강하면 화음이 깨진다. 그것은 자유로움이고 자연스러움이며 자발적이다. 그래서 다수가 모여져 하나 되고 다수의 다름조차도 어우러져 다름이 드러나지 않는 다름, 다름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움과 부드러움과 조화로움을 나타내는 그 하나 됨을 진정한 화(和)라고 보는 것이다.

봄의 동남풍을 불게 하려면 심화 기화가 되어야 한다. 심화(心和)는 마음으로 화하고 기화(氣和)는 육신을 사용하는 육근 작용이 법도에 맞는 행동이다. 이를 위해선 미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놓아야 한다. 반대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도 놓아야 한다. 어떤 대상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반대로 그 대상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과 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스타를 좋아하는 팬클럽끼리 서로 다투는 것은 바로 좋아하는 마음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개가 한발을 들고 접근하는 것은 친근감의 표시이다.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같은 행동을 하면 상대를 거절하고 공격하겠다는 표현이다. 또한 개가 꼬리를 세우고 흔들면 반갑다는 의사인 반면에 고양이는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개와 고양이가 화하려면 서로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심화 기화의 방법은 5-3과 2+2이다. 5-3=2는 ‘오(5)해를 타인의 입장에서 세(3)번만 더 생각하면 이(2)해가 된다‘는 뜻이다. 2+2=4는 ‘이(2)해하고 또 이(2)해하면 사(4)랑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춘삼월, 봄의 꽃향기도 좋지만 동남풍을 일으키는 사람의 향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화향십리(花香十里) 주향백리(酒香百里) 인향천리(人香千里)라는 말처럼 사람의 향기에 취하고 싶다. 사람에게서 희망을 느끼고 싶은 삼월의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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