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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썸오케스트라와 김냇과
2018년 10월 17일(수) 00:00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 광주 대인시장 인근에 자리한 ‘김냇과’에선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이름하여 ‘도시락(樂)콘서트’. 굳이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1만원만 내면 도심에서 아름다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달 29일 열린 콘서트는 미술과 음악이 어우러진 힐링의 무대였다. 우리 고유의 탈을 주제로 한 민중작가 윤만식(광주민예총 회장)의 미술 강연에 이어 브라스밴드 ‘센세이션’ 팀의 금관 5중주 공연으로 꾸며진 이날 콘서트에는 100여 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올 2월부터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1막연주와 클래식앙상블, 가곡 무대까지 다양한 장르로 진행된 여덟차례의 콘서트에 1000여 명이 다녀갔다.덕분에 영무건설이 매입해 전시·공연장, 카페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옛 병원건물은 색깔있는 문화쉼터로 자리잡았다.

도시락 콘서트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기획자 황혜연씨와 박헌택 영무건설 대표의 공이 컸다. 광주 광산구에서 (사)어썸오케스트라&콰이어(어썸오케스트라) 단장을 맡고 있는 황씨가 젊은 단원들의 활동무대를 마련해주기 위해 박 대표에게 상설콘서트를 제안한 게 계기가 됐다. 평소 문화에 관심이 많은 박 대표는 대관료 부담없이 음악인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공간과 운영(출연료, 무대세팅)지원을 약속했다.

황씨가 도시락 콘서트에 팔을 걷고 나선 건 단원들의 ‘일자리’ 때문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매년 많은 음악학도가 배출되고 있지만 정작 지역에서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는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유학까지 다녀온 젊은 연주자 가운데 일부는 음악을 포기하거나 ‘일’을 찾아 서울로 떠나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웠던 그녀는 지난 2016년 젊은 음악인들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뜻을 같이한 여태남 (주)일군토건 대표이사(어썸오케스트라 이사장)와 함께 다양한 장르의 전문 예술인들로 구성된 어썸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어썸오케스트라가 민간단체들의 부러움을 사는 건 매월 ‘고정적인’ 보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커리어’에 비해 부족한 액수이지만 70명의 단원에게 매월 일군토건이 지원하는 후원금 1000만 원으로 30만원에서 부터 7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단원들은 작은 공연에서부터 지자체의 축제, 민간기업의 음악회 등에 출연하며 예술인으로서의 미래를 키워가고 있다.

전국 최초로 청년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출범한 대전예술의 전당의 ‘DJAC 청년 오케스트라’와 서울 성북구가 민간오케스트라인 코리아W필하모닉과 손잡고 운영하는 ‘성북구립오케스트라’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작년 한해 ‘찾아가는 공연’ 등 총 10회의 공연을 통해 청년음악가 수십 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DJAC 청년오케스트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름지기 문화도시는 예술인들이 행복한 도시여야 한다. 척박한 삶에 지친 나머지 꿈을 포기하는 예술인들이 많다면 삭막한 도시로 변하고 시민들의 문화적 허기도 커진다. 그러니 문화로 먹고 사는 환경을 마련하는 건 지역의 몫이다. ‘문화적 일자리’는 곧 광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