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규 원불교 사무국장] 말은 마음에 뿌려지는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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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규 원불교 사무국장] 말은 마음에 뿌려지는 씨앗이다
2018년 09월 21일(금) 00:00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라는 삼대 영양소가 있어야 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부족하게 되면 몸에 병이 생기게 된다. 마음에도 마찬가지로 마음의 삼대 영양소가 있어야 마음이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다.

마음의 삼대 영양소는 자유와 성취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만한 관계성이다. 좋은 관계를 맺고 주변과의 관계성이 돈독해져 있을 때 행복감을 가장 높게 느끼게 된다. 원만한 관계성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관계성이 형성된다. 관심을 갖지 않으면 관계 또한 형성되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은 나와 관련된 주변과의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지금 주변에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과 같다.

또한, 주변에 대한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배려 어린 말이다. 얼마 전 TV프로그램에 한 연예인이 시집 온 며칠 후 시댁 모임에서 음식을 했는데 다른 분들은 음식을 먹으며 얼굴을 찌푸렸는데 시어머니가 다가와 ’아가! 음식이 참 맛있다. 네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좋아지는구나‘라는 말 한 마디에 감사함과 기쁨을 느끼게 되었고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14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제사 음식을 도맡아 해 왔다고 한다.

이처럼 말이라는 것은 마음의 땅에 떨어진 씨앗과 같다. 마음의 땅에 악한 씨앗이 떨어지면 반드시 나에게 불행이 될 열매가 열리게 되어 있고, 마음의 땅에 선한 씨앗이 떨어지면 반드시 나에게 복이 될 열매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감동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에서 필자의 마음에 다가온 대화 한편이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건넨 말 중에 “비록 수준은 좀 낮을 순 있어도 최대 성의를 다해서 준비하였으니,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하였고 이어 문 대통령은 “최고의 환영과 최고의 영접을 받았습니다”라고 화답하였다. 이 짧은 두 대화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고마움의 마음이 담긴 대화였다. 이 말 한마디가 복의 씨앗을 뿌린 셈이다. 한반도의 희망적인 미래를 이 대화 한편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처럼 관계를 맺어 나갈 때 배려어린 말 한마디의 값어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라는 말이 있다. 입(口)은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복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질수도 있는 것이다.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는 말이 바로 칭찬과 고마움이다.

안타깝게도 추석이 지나면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아마도 이는 친지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말의 실수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급기야는 파국으로 치닫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음식이 다소 맘에 다 차지 않아도 칭찬을 통해 며느리의 기를 살려 자신에게 복으로 돌아오게 한 예를 봐도 알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온 사이일수록 말에 대한 예민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 또 하나의 예가 있다. 70대 노부부가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 노을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아내가 남편의 뺨을 갑자기 때리고 흐느끼며 울었다. 남편이 뺨을 때린 그 이유를 묻자 아내는 40년 전 명절, 시댁에서 오늘같이 노을 지는 저녁녘에 시댁 식구들 앞에서 창피를 준 그 때가 갑자기 떠올라 그때 억울한 마음이 되살아나 뺨을 때렸다고 한다. 이처럼 말이 무서운 점은 바로 한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가 없고 그로 인해 생긴 상처는 세월이 가도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이번 추석에는 서로 간에 관심을 더 기울이고 주변을 살펴봤으면 한다. 감사의 말과 칭찬으로 대보름달처럼 환한 행복한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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